SK그룹이 시스템통합(SI) 계열사인 SK C&C에 과도한 대가를 지급하면서 전사적으로 일감을 몰아준 것으로 드러났다. SK C&C는 최태원 회장 총수 일가 지분이 지난해 7월 기준 55%로, SK그룹 지배구조상 최상위 회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SK텔레콤·SK이노베이션·SK에너지·SK네트웍스·SK건설·SK마케팅앤컴퍼니·SK증권 등 7개사가 SK C&C에 부당 지원한 행위에 346억61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8일 밝혔다. 공정위의 대기업집단 부당내부거래에 대한 제재중 SI업종에서는 처음이다.
공정위는 또 SK C&C 및 소속 임직원들의 조사방해행위에 과태료 총 2억90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SK그룹 7개 계열사는 SK C&C와 수의계약 방식으로 2008년부터 2012년 6월말까지 장기간(5년 또는 10년)의 전산 시스템 관리, 운영 등 IT 서비스 위탁계약(OS계약)을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SK 7개 계열사들은 OS계약에서 인건비 산정의 기준이 되는 운영인력의 인건비 단가를 현저히 높게 책정했다는 지적이다.
공정위는 “SK C&C가 비계열사와 거래할 때 적용한 단가보다 약 9~72% 높았다”고 설명했다.
인건비 외에도 SK텔레콤은 전산장비 유지보수를 위한 유지보수요율을 다른 게열사보다 약 20% 높게 책정했다. SK텔레콤은 SK 계열사 중 가장 많은 물량을 가지고 있음에도 수량할인을 적용하지 않고, 오히려 더 높은 유지보수요율을 적용했다. 이는 다른 통신업체보다 1.8~3.8배 높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SK 7개 계열사들이 지급한 인건비 9756억원과 SK텔레콤이 지급한 유지보수비 2146억원의 합계인 1조1902억원을 부당 지원성 거래 규모로 봤다.
공정위는 “SK 계열사들과 SK C&C의 OS거래는 아무런 경쟁 없이 5년 내지 10년의 장기간 수의계약방식으로 이뤄져 SK C&C에게 안정적인 수익원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또 조사방해 혐의로 SK C&C 법인에 2억원, 조사방해를 주도한 임원에 5000만원, 단순 가담자 2명에는 각각 2000만원, 과태료 총 2억90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그동안 일감몰아주기의 전형적인 사례로 거론돼 온 SI분야에서 대기업집단 차원의 부당지원행위를 적발해 제재한 첫 사례”라며 “일감몰아주기로 SK 7개 계열사는 손실을 보고 SK씨앤씨와 그 대주주인 총수일가는 이익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이어 “수의계약 방식으로 가격의 적정성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거래해 오던 대기업집단의 SI 업계의 관행이 개선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SK는 공정위의 이번 부당지원행위에 대한 제재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SK는 “공정위 발표와 달리 SK는 부당한 방식으로 계열사를 지원하는 등 윤리경영에 위배되는 내부거래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SK C&C는 정부가 소프트웨어 분야 인건비 하한선을 정하는 차원에서 고시하는 단가를 지켰으며 2600만 고객개인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이상 최상급 유지보수 서비스를 요구한 것을 고려할 때 합리적·정상적 거래였다는 것.
SK는 이어 “SK 7개 계열사는 손실을 보고 SK C&C와 대주주는 이익을 얻었다는 공정위 발표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