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X-선 촬영검사 시 몸에 대는 ‘X-레이 카세트’ 상당수가 기존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다제내성균(슈퍼박테리아)’에 오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림대의대 강동성심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김재석 교수팀은 X-선촬영 검사 때 쓰이는 플라스틱 판인 X-레이 카세트 37개를 수거해 표면의 검체를 배양 검사한 결과 전체의 67.6%인 25개에서 다제내성균으로 불리는 ‘메티실린 내성 포도상구균’이 검출됐다고 4일 밝혔다.
김 교수에 따르면 37개의 카세트 중 6개(16.2%)에서 거의 모든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메티실린 내성 포도상구균(MRSA)’이 검출됐으며, 그 중 2개의 카세트에서는 1개당 100개가 넘는 MRSA가 관측돼 ‘극심한 오염상태’로 평가됐다.
MRSA는 몸속에서 심한 염증을 일으키는 ‘황색포도상구균’이 항생제 남용 탓에 변이된 것으로, 만성질환자나 면역력이 낮은 중환자에게 감염되면 폐, 수술부위, 피부 연조직 등에 심각한 2차 감염을 일으켜 생명에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X-레이 카세트에서 다량의 다제내성균이 검출된 것은 X-선 촬영시 일부 환자의 상처 부위에서 묻어나온 고름이나 혈액이 카세트에 오염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더 큰 문제는 오염된 카세트가 다른 환자의 몸이나 압박붕대의 표면, 의료진의 손 등에 직접 닿는 경우 주변에 전파돼 2차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김재석 교수는 “병원에서는 MRSA와 같은 세균에 오염될 위험이 커 검사장비 위생에 주의가 필요하다”면서 “X-레이 카세트의 경우 정기적인 소독과 1회용 비닐커버 등을 통해 세균 차단에 신경써야 한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