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0 부동산대책 50일]위축된 시장에 ‘물량 폭탄’…수요자는 ‘반값’만 기다리고

입력 2012-06-28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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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 약발 안 먹힌 이유는

지난달 발표한 5·10 주택거래 정상화 방안은 이명박 정부들어 17번째 부동산 대책이다. 작년에만 5번이나 나왔다. 정부로서 내놓을 수 있는 카드를 거의 다 쏟아냈지만 주택 거래가 늘기는커녕 수도권을 중심으로 가격은 곤두박질 치고 전국적으로 부동산 거래도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마지막 성역으로 남아있던 강남3구 주택 투기지역 해제 등 규제를 완화했지만, 이들 지역의 주택가격은 오히려 연일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 대책 약발이 먹히지 않는 이유가 뭘까.

◇ 수도권 공급 과잉…매수지원 대책없어 = 전문가들은 일시적 공급 과잉을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한다. 부동산 경기 장기 침체와 유럽 금융 위기가 겹쳐 투자 수요가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 동탄2 신도시를 비롯해 광교, 위례, 송도, 파주 등 대규모 신도시에서 나오는 주택 공급량이 한꺼번에 몰리다 보니 시장이 물량을 받아낼 재간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수도권 주택 공급 과잉은 미분양 주택수 변동 추이를 보면 금세 알 수 있다. 실제로 올 초부터 지속적으로 감소하던 전국 미분양 주택수가 지난달 5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 5월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6만2325가구로 전달 대비 940가구 증가했다. 이 가운데 수도권 미분양 주택수가 2만6595가구로 적체된 가운데 최근 건설사들이 밀어내기식 분양으로 물량을 쏟아내다보니 기존 미분양이 일부 줄어들더라도 수도권 전체 미분양 가구수는 오히려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준공을 하고도 주인을 못찾아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도 수도권에서만 1만가구에 육박하고 있다. 박상언 유엔알 컨설팅 대표는 “기존 물량이 소화되지 않고 수도권 주택 거래가 살아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취등록세 한시적 폐지 등 매수세를 이끌어낼 수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는 5.10대책을 포함해 총 17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수급불균형 보금자리 공급 정책발표 타이밍 실기 등의 이유로 약발이 전혀 먹히지 않고 있다. 사진은 광교신도시내 A12블록 자연앤힐스테이트 아파트 전경.
◇“보금자리 후퇴없다”…반값 아파트만 찾아 = 로또 아파트로 불리는 보금자리주택도 정부 부동산 대책을 무력화시키는 장본인 중 하나다.

수도권에서 시세의 절반에 가까운 주택을 한꺼번에 쏟아내다보니 정작 기존 주택을 팔고 신도시나 택지지구 아파트를 사야 하는 실수요자들이 전세에 살면서 보금자리주택 공급만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강남 보금자리지구 내에서 최근 삼성물산이 분양한 래미안강남힐즈가 대표적인 예이다. 주변 강남권 시세보다 30% 이상 싸다 보니 1순위에서 수요자들이 몰려들어 높은 경쟁률로 순식간에 ‘완판’돼버린 것이다.

거래를 되살리려면 찔끔찔끔 내놓는 부동산 대책을 또 내놓기 보다 보금자리주택 공급을 잠정 중단하는 게 오히려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사업추진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집값 안정 효과를 내세워 보금자리주택 공급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며 하반기 보금자리 신규 지구 지정 계획까지 발표한 상태다. 지난해 서울 시내에서 2곳이 지정된 만큼 이번에는 서울과 인접한 경기도 지역이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금자리주택도 미분양이 적지 않은 데다 주택 거래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은 만큼 원점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부성 부동산부테크연구소장은 “부동산 대책을 내놓기보다 차라리 보금자리주택 공급 중단이 더 큰 거래 활성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 서울시·국토부 엇박자도 문제 = 서울시와 국토부 간 정책 엇박자도 부동산 대책 약발을 감소시키는 대표적인 예다. 뉴타운, 재건축 정책을 포함해 초고층 빌딩 건축 가이드라인까지 어느 것 하나 일치된 의견이 나오지 않고 있다.

예컨대 국토부는 1대1 재건축 사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5·10 대책에 포함했지만 서울시는 도시계획 심의위원회를 통해 소형 평형 의무 비율을 강화하는 지침을 강조하며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중앙 정부와 지자체가 서로 상반된 시그널을 시장에 보내다 보니 시장은 갈피를 못잡고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 정비되지 않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서둘러 제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장 대표적인 정책이 분양가 상한제 폐지다.

지난해부터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추진했으나 18대 국회 처리가 무산된 가운데 정치권 이견으로 19대 국회 처리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폐지도 정부는 폐지를 천명했지만 여전히 국회에서 잠자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주택 전문가는“정부 부동산 대책은 이미 실기했다고 봐야 한다. 주택거래를 제대로 살리려면 지난 2008년에 규제를 대부분 철폐했어야 했다”며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 제도를 먼저 정비하고 나야 정부의 부동산 대책들이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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