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기업들이 재정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럽 기업의 인수·합병(M&A)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중국 최대 건설장비업체 싼이중공업은 지난 1월 독일 레미콘 제조업체 푸츠마이스터를 인수했다.
중국 메이저 식품기업인 브라이트푸드는 영국 시리얼 제조업체 위타빅스를 12억파운드(약 2조1700억원)에 인수했다.
세계 1위 부자 카를로스 슬림이 이끄는 아메리카모빌은 네덜란드 통신업체 KPN 지분을 28%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 들어 신흥국 기업들이 잇따라 유럽 기업 인수에 나선 것은 높은 브랜드 인지도와 탄탄한 실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은 올해 신흥국 기업들의 유럽연합(EU) 기업 M&A 규모가 613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신흥국 기업의 선진국 투자 중 절반을 차지하는 셈이라고 딜로직은 설명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크리스토프 네테샤임 중국 담당 전무는 “특히 유럽에서 더 많은 기업 M&A가 이뤄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며 “중국 기업들은 이 지역 기업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재정위기로 유럽 기업들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는 것이 신흥국 기업들의 M&A를 이끌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푸츠마이스터가 싼이의 인수 제안을 받아들인 것도 재정위기 여파에 매출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푸츠마이스터의 지난해 매출은 5억7000만유로 재정위기 이전의 연 10억달러 수준에서 후퇴했다.
아울러 유럽은 신흥국 기업에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동안 신흥국 기업들의 M&A는 주로 해외 에너지 자원확보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싼이는 푸츠마이스터를 인수하면서 이 회사가 보유한 기술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위타빅스는 시리얼 부문에서 탄탄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유럽과 중국의 관계가 미국보다는 비교적 원만한 것도 M&A가 활발한 이유 중 하나다.
미국 정치인들은 국가안보를 이유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자국 기업 인수를 차단하고 있다.
중국뿐 아니라 다른 국가에 대해서도 미국은 M&A에 비교적 까다로운 자세를 보여왔다.
지난 2006년 두바이포츠월드는 미국의 압력에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던 미국 내 6개 항구를 매각해야 했다.
반면 유럽 정치인들은 무엇보다 일자리 창출을 중시하기 때문에 M&A에 비교적 호의적이라고 F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