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과이 의회가 페르난도 루고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가결하면서 정국이 혼란에 빠질 전망이다.
파라과이 상원은 22일(현지시간) 오후 루고 대통령 탄핵안을 표결에 부친 결과 찬성 39표, 반대 4표로 탄핵안을 가결했다고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하원은 전일 시행한 표결에서 찬성 76표, 반대 1표로 탄핵안을 통과시켰다.
루고 대통령은 탄핵안 가결에 대해 “파라과이의 역사와 민주주의가 깊은 상처를 입었다”며 즉시 대통령궁을 떠났다.
탄핵안 통과에 5000여명의 루고 대통령 지지자들이 의회 건물 주변에 모여 항의시위를 벌였고 경찰은 진압에 나섰다.
파라과이 빈농들은 군사독재자 알프레도 스트로에스네르 집권 기간에 정부가 대규모 농장주와 농업 부호들에게 토지를 편법 증여한 데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이가운데 지난 15일 쿠루과티 지역의 한 농장에서 경찰과 빈농들 간의 충돌로 최소 17명이 사망하고 80여 명이 부상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내무장관과 경찰총수가 사퇴했으나 야권은 루고 대통령이 책임져야 할 문제라며 탄핵을 발의했다.
가톨릭 사제 출신인 루고는 빈민구제 활동을 통해 빈곤층과 노동자, 농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지난 2008년 콜로라도당의 61년 장기집권을 끝내고 역사적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취임 당시 지지율은 90%에 육박하기도 했으나 대통령의 아이를 낳았다는 여성들이 연 이어 등장하면서 도덕성에 타격을 받아 지지율이 30%대로 추락했다.
그는 지난 2010년 8월 암의 일종인 림프종 진단을 받으면서 국정에 지장이 생겼고 사퇴설에 끊임없이 시달렸다.
한편 남미지역 국제기구인 남미국가연합은 파라과이의 정국 혼란이 쿠데타로 확산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대통령 탄핵 추진을 ‘의회 쿠데타’로 규정하고 남미국가연합 회원국들에 루고 대통령 정부를 지지할 것을 촉구했다.
현재 페데리코 프랑코 부통령이 권한대행을 맡은 상황이다.
프랑코 부통령은 원내 2당인 보수 성향의 자유당(PLRA) 소속이며 자유당은 루고 대통령의 연립정부에 속했으나 최근 관계 청산을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