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결과를 한 번 보자. 시작부터 흥미롭다. 혼자서는 자장면 주문조차 할 수 없는 심각한 공황장애 환자 천수로(고현정)가 엉뚱한 사건에 휘말리면서 희대의 범죄 여왕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다. 그럴듯하다. 고현정의 변신 과정이 흥미진진할 것이다. 여기에 천수로의 곁을 지키는 ‘언더커버’ 빨간구두(유해진)의 활약상과 두 사람을 궁지로 몰아넣는 비리 경찰(성동일), 그리고 두 폭력조직 두목(이문식, 박신양)의 존재. 산해진미는 따논 당상이다. 근데 막상 나온 요리는 정체불명의 괴식(怪食)이다. 먹는 건 둘째치고 보는 것조차 고문이다. 이유가 뭘까. 집중의 배분이 전혀 안됐다.
주인공 천수로는 자신의 모든 것을 대신해주던 친구와의 이별이 인생 최대의 고비라 생각할 정도로 중증 공황장애 환자다. 그런 여자가 부산 바닥을 손아귀에 쥐는 인물로 거듭난다. 주인공 천수로의 캐릭터로만 보면 ‘어떻게’에 초점을 맞춘 채 숨 쉬는 것조차 버거워하던 사람이 숨 쉬는 것처럼 범죄와 가까워 질 수 있었던 이유가 있어야 했다. 하지만 ‘미쓰 GO’는 그 이유를 인물의 얼굴에서만 찾으려 했다.
‘빨간구두’ 캐릭터도 꽤 매력적이었다. 보디가드를 연상시키는 설정은 당연히 꽃미남의 그것을 떠올리지만 엉뚱하게도 개성파 배우 유해진이 맡았다. 유해진이 누군가. 단 한 장면을 나와도 관객들에게 ‘기억의 사진’을 남기는 신스틸러의 대명사 아닌가. 그런 그가 무게의 중심을 아래로 내린 채 진중 모드로 돌변했다. 꽤 그럴 듯 했다. 하지만 그럴 듯한 느낌은 그가 등장하고 채 5분이 넘어가지 않는다.
일부에선 유해진을 ‘내 아내의 모든 것’ 속 류승룡의 변신과 비교 한다. 하지만 류승룡과 유해진은 연기의 성격 자체가 틀린 배우다. 두 배우 모두 마초 액션에 적합하지만 톤 전달면에서 유해진은 코미디, 류승룡은 멜로적인 부분에 적합하다. 이미지 캐스팅 면으로만 본다고 해도 유해진의 ‘빨간구두’ 캐스팅은 ‘미쓰’다. 이런 상황 속에서 명랑 만화 속 캐릭터를 연상케 하는 유해진과 미스코리아 출신 고현정의 멜로라인까지 겹치니 관객 입장에선 할 말을 잃을 수 밖에 없다.
다시 말해 ‘미쓰 GO’는 고현정과 유해진으로부터 익숙하지 않은 면을 이끌어 내려는 부조화의 조화를 시도했단 점은 높이 살만하다. 하지만 너무 맛이 강한 배우들의 조합은 퓨전의 그것으로도 불리기에 모자라도 한 참 모자랐다. 상호보완이란 측면에서도 너무 따로 노는 느낌이 컸다.
문제투성이 임에도 가장 큰 문제를 꼽자면 천수로에 의한, 천수로를 위한, 천수로의 영화이면서 정작 천수로에 대한 설명이 너무 부족했다.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자장면 배달을 할 정도의 공황장애 환자 천수로가 러닝타임 115분의 절반 쯤부터 미실의 치밀함으로 뒤바뀌는 이유를 관객들이 어떻게 이해하고 넘어가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