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용의 머니전쟁]‘전문가’들의 ‘비전문성’

입력 2012-06-15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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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용 증권부 차장

LTCM(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의 투자전략은 자산의 과거 변동성이 미래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이론상 이들이 투자한 자산은 추락하는 어떤 시장에서도 손실을 보지 않는다.

존 메리웨더 살로먼 브러더스의 전 부회장이 설립한 LTCM의 운용 펀드는 노벨 경제학 수상자인 마이런 숄즈와 로버트 머턴의 수학적 이론을 이용한 ‘토털 리턴 스왑(total return swap)’이라는 채권 파생상품을 거래했다. 투자의 기본방향은 장단기 채권 값이 궁극적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이른바 ‘수렴투자(convergence plays)’다.

이 믿음은 컴퓨터가 편차를 무시하고 내놓은 결과에 엄청난 돈을 걸었고 결과는 1998년 강제청산 당시 14조 달러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손실을 발생시켰다.

LTCM 사태는 숄즈와 머턴이라는 두 거물 경제학자의 논리 실패를 의미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옵션가격 결정 이론’으로 대변되는 이들의 이론은 아직까지도 글로벌 금융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식 무림(武林)은 펀드매니저, 애널리스트, 방송 증권전문가 등 주식 초절정 고수들이 널린 세상이다. 이들은 과거의 경험과 지식, 분석능력을 동원해 완벽한 예측 모델을 만들었다고 자신한다.

일반 투자자들은 역시 이들 전문가들을 증권시장에 대한 해박하고 심오한 지식을 갖추고 있는 불가사의한 일물로 여기는 경우가 꽤 많다.

특히 비싼 사용료를 통한 최고급 자료를 확보했고 최고 수준의 교육과 고도로 훈련된 조직원으로 구성된 만큼 이들의 수익률은 절대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이 1986년부터 1993년까지 진행했던 전문가들의 종목 선정 결과 분석은 꽤 흥미롭다.

시험은 매년 연말 전문가 네 사람이 이듬해 유망 종목을 추천하고 12개월 뒤 실적에 따라 두 사람을 탈락시키고 새로운 전문가 두 사람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는 전체 32회 가운데 무려 16회가 시장보다 뒤졌다. 다시 말하면 전문가들이 시장을 이길 확률은 어린이가 동전 던지기 확률과 일치하는 셈이다.

역시 월스트리트저널이 실시한 원숭이와 펀드매니저의 주식 모의투자 수익률 게임 결과 역시 전문가들의 비전문성을 설명하는 데 자주 인용된다. 원숭이는 주식종목이 적힌 다트에 화살을 던져 선택된 종목을 매수하고 펀드매니저 4명은 모든 지식과 경험을 총동원해 투자하는 방식이다. 결과는 10개월 후 원숭이는 -2.7%의 손실을 기록한 반면 투자 전문가들의 성적은 -13.4%를 기록했다.

두 차례의 실험만으로 전문가의 실력이 형편없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잘못된 판단으로 실패할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점을 증명하기에는 충분하다. 서브프라임 사태 당시 국내외 거의 모든 펀드매니저들이 보유 주식을 헐값에 내던졌고 직전 상승장에서는 일반 투자자들과 마찬가지로 오르는 주식 사들이기에 혈안이었다. 당시 대부분의 펀드 가입자들이 감내해야 했던 막대한 손실 이면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전문가들의 비전문성이 한 요인이다. 전문가에 대한 맹신은 금물이다. 노벨경제학 수상자도 성공하기 어려운 곳이 바로 주식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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