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범의 시선파괴]한국영화시장의 불편한 진실

입력 2012-06-12 09:23 수정 2012-06-12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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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연예팀장

‘한국시장을 공략하라.’

할리우드의 최근 트렌드다.

한국영화 시장이 할리우드에게 ‘황금알’이 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블록버스터의 월드프리미어 개최가 잇달아 국내에서 열리면서 입증되고 있다. 월드 프리미어 개최란 영화를 완성한 뒤 언론에 공개하는 첫 공식 행사다. 이는 불과 몇 년 전만해도 국내 영화팬들에게는 생소했다. 하지만 할리우드 영화가 앞다투어 국내에 진출하면서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는 것.

‘월드프리미어’, ‘전 세계 최초 개봉’이란 달콤한 문구가 국내 영화팬들을 자극하며 한국 영화 시장의 호황에 편승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이유가 궁금하다.

한 영화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국내 영화 시장의 경우 1500만명이 영화 흥행 최고상한선이다. 유효 스크린수 역시 2200여개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의 한국행이 줄을 잇는다.

물론 표면적인 이유는 전 세계 영화 시장에서 차지하는 국내 시장의 중요성이 무시할 수 없게 된 점을 들 수 있다.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두 편이 진출하는 등 전 세계 영화인들이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예전과 다르다. 기술력은 이미 할리우드와 대등한 수준까지 올라갔다는 것은 자타가 공인한다. 논란이 됐던 심형래 감독의 ‘디 워’만 해도 기술력에선 할리우드 영화제작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전 세계 톱클래스의 온라인 기반을 구축한 국내 특성을 고려한 점도 들 수 있다.

한 영화 관계자는 “국내 시장은 다른 나라와 달리 반응이 즉각적이다. 온라인을 통해 곧바로 피드백(feedback)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 “이런 점을 고려하면 영화의 흥행 가늠자 역할로 한국시장만한 곳이 없다”고 나름의 해석을 전했다.

하지만 이 점을 바꿔 말하면 낯 뜨거운 실상이 존재한다. ‘건축학개론’과 ‘은교’의 불법파일 유출 사건이 영화계를 뒤집어 놓은 일이다. ‘건축학개론’의 경우 국내 멜로 영화로는 기록적인 흥행을 거뒀음에도 이번 파일 유출도 70억원 대의 손실을 본 것으로 드러났다. 다시 말해 할리우드 영화의 ‘전 세계 최초 개봉’ ‘월드 프리미어 개최’는 ‘개봉 전 파일 유출’을 방지하기위한 일종의 방어책인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수입배급사 관계자는 이 같은 사실에 대해 “그 이유가 가장 크다”고 인정했다. 그에 따르면 할리우드 영화의 경우 수십억 달러가 넘는 제작비를 들인 탓에 흥행 성적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아시아권 특히 한국의 불법 파일 유출 시장을 배제한 채 개봉을 강행할 경우 막대한 손실이 불을 보듯 뻔 하다는 것.

실제 온라인에서 조금만 시간을 들이면 할리우드에서 조차 개봉 대기 중인 영화가 한글 자막과 함께 버젓이 돌아다니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할리우드 영화의 국내 언론시사회에서 기자들 출입시 벌어지는 과도한 검문검색에 불쾌한 심정을 토로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해외 영화 관계자들 입장에서는 “이렇게라도 해서 손실을 줄여야겠다”는 것이 고육지책이다.

‘전 세계 최초 개봉’ 속에 얽힌 부끄러운 실상이자 부끄러운 한국 영화 시장의 숨겨진 내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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