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작심한 듯 “먼저 당원 여러분께 죄송한 마음”이라고 머리를 숙였다.
“16개 시도 순회 경선에서 12개 시도에서, 권리당원 현장투표와 모바일 투표에서 모두 제가 1등으로 뽑혔는데, 최종적으로 당원들에게 가장 많은 표 받고도 당대표가 되지 못해 죄송하다”는 게 이유였다.
옆자리에 앉은 이 대표의 얼굴은 서서히 굳어갔다. 여기저기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자 이 대표는 시선을 아래로 고정시켰다. 내심 불쾌함을 감추려는 행동이었다. 근처에 앉아있던 다른 의원은 아예 대놓고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김 최고위원은 이에 아랑곳 않고 원고를 읽어 내려가며 “이번 (당대표 경선) 결과는 당심과 민심을 외면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쉽다”고 재차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3개 언론기관에서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누가 민주 당대표로 적합한가’란 설문조사에서 모두 제가 1위를 차지했다”면서 “1,2위의 차이가 거의 2배 가까운 수치였는데도 대표가 되지 못했다. 죄송하다”고 했다.
김 최고위원은 “대선 승리는 대선후보 경선의 공정성을 담보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당대표 경선 과정을 통해 경선의 공정성을 담보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실감했다”면서 끝까지 뼈있는 말로 마무리를 했다.
김 최고위원의 날선 발언이 이어지는 내내 이 대표는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다른 최고위원들이 발언을 하는 동안 두 사람은 다른 방향을 응시하며 냉랭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어 마이크를 건네받은 우상호 최고위원은 “저도 김 최고위원처럼 당심과 민심이 잘 반영되지 못한 결과로 6등을 했지만 불만은 없다”면서 “전대에서 벌어진 작은 아쉬움이 있더라도 훌훌 털고 단합을 위해 하나가 되자”며 굳어진 분위기를 풀어보려 했다.
한편 김 최고위원은 지난 9일 치러진 당대표 선거에 대해서도 “당심과 민심이 왜곡된 결과를 우려한다”면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했다. 이 대표 주재로 열린 신임 지도부 오찬 겸 상견례에도 참석하지 않아 경선 과정에서 생긴 앙금이 남은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친노무현계 좌장격인 이 대표에 맞서 김 최고위원이 비노 세력의 구심점으로 거론된다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