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구 회장의 경영스타일은 우직하다. 문제가 발생하면 돌아가지 않고, 정면돌파를 선택하는 편이다. 때문에 금호석화 내부에선 이를 박 회장의 ‘돌직구 경영’이라고 칭한다.
박 회장의 돌직구 경영 대표적인 예는 미국 플렉시스와 6년 간 소송 끝에 승소한 일화를 들 수 있다.
세계 최대 고무화학약품업체인 플렉시스는 지난 2004년 금호석화의 고무 산화방지제 ‘6PPD'가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금호석화의 미국 시장진입을 견제하기 위해서였다.
이에 박 회장은 관련 부서에 “시간과 비용이 얼마가 들더라도 끝까지 가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합성고무 사업에 있어 박 회장의 자존심과 끈질긴 고집을 잘 나타낸 대목이다. 결국 금호석화는 6년 만인 2010년 해당 특허권 분쟁에서 모두 승소, 현재 미국시장에서 사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미미한 사업부분도 꾸준히 밀고나가 육성시키는 점도 ‘돌직구’스럽다. 박 회장이 10년 이상 집중 육성해 온 전자소재사업 분야가 그렇다.
전자소재 사업은 아직 금호석화의 전체 사업영역 중 비중이 작다. 주력인 합성고무(54.8%)와 합성수지(19.3%)에 비하면 갈 길이 멀다.
하지만 박 회장은 가끔 임직원들에게 전자소재 사업을 ‘신성장동력’이라고 얘기한다. 농담반 진담반이지만 박 회장이 10년 이상 된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칭한 것은 그만큼 전자소재 사업이 발전할 여지가 많다는 반증이다.
금호석화는 1989년 반도체 미세회로 가공재료인 포토레지스트(Photoresist)의 연구개발에 착수한 이후 1998년 아산전자소재공장 준공과 함께 본격적인 전자소재 사업에 진출했다. 금호석화는 2004년 ArF 포토레지스트 생산기술 국산화와 함께 지난해 판매량 기준 세계 5위 업체로 올라섰다.
전자소재 분야는 화학산업 중에서도 특히나 높은 기술력과 투자가 필요한 사업이다. 한국은 반도체 강국으로 수조원의 흑자를 내고 있으나 대부분 소재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 회장이 전자소재사업을 꾸준히 육성하고 있는 것은 사업다각화 차원 뿐만 아니라 이 같은 이유도 한 몫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