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가 보유중인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4일 전량 처분키로 결정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계에서는 ‘완전결별 수순’이라는 분석과 함께 ‘화해의 제스처’를 보낸 것이라는 두 가지 시각 모두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아버지인 이맹희씨와 이건희 삼성 회장간 재산싸움으로 감정이 격해지면서 삼성 지주사인 에버랜드 주식을 처분함으로써 완전한 선긋기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맹희씨와 이건희 삼성 회장은 현재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이 물려준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의 차명주식을 놓고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맹희씨는 지난 2월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선대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상성전자와 삼성생명 주식 824만주를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 이맹희씨 외에도 이건희 회장의 누나인 숙희씨, 조카인 이재찬 전 새한미디어 사장 부인인 최모씨도 함게 소송을 내 전체 소송가액만 1조원에 달한다.
이번 소송을 진행하면서 양측은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지난 2월 삼성물산 감사팀 직원이 이맹희씨 아들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미행한 사실이 밝혀져 CJ측이 경찰에 삼성을 고발하기도 했다. 경찰 조사결과 이 회장 미행사건은 삼성물산 감사팀, 삼성전자와 삼성전기 소속 감사팀 직원이 가담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맹희씨와 이건희 회장간 막말논쟁도 이어졌다. 이맹희씨는 이건희 회장을 향해 “자기욕심만 챙겨왔다”고 했고 이 회장은 이맹희씨에 대해 “내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던 양반, 우리집안에서 쫓겨난 사람”이며 겪한 발언을 마다하지 않았다.
CJ의 에버랜드 지분 매각 결정은 이런 겪한 갈등 중에 나온 것이다. 당초 에버랜드는 지난 4월 삼성카드가 보유중인 자사 지분 매입을 결정하면서 CJ와 신세계, 한솔, 한국장학재단 등 소액 주주들에게도 똑같은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지분 매각을 요청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CJ가 소송전에서 유리한 카드로 쓰기 위해 지분 매각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지분을 갖고 있어야 소송전에 유리하고 이를 통해 삼성에 부담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이런 CJ가 삼성에버랜드 주식을 처분키로 한 것에 대해 삼성에 보내는 ‘화해의 손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더욱이 두 그룹은 물류, 유통, 보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서로 협력하는 관계다. 형재간 재산싸움 때문에 사업 파트너로서의 지위는 유지하는 것이 좋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굴지의 두 기업간에 친족간의 소송으로 남들의 시선과 입방아에 오르면서 더이상의 갈등으로 번지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CJ로서는 이번 소송전이 아니라도 에버랜드 지분을 계속 보유하고 있는 것이 낫다”며 “에버랜드가 지분 매입을 필요로 하는 시점에 화답하는 방식을 통해 모종의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CJ 관계자는 “이번 지분매각 결정은 비영업용 자산은 처분한다는 그룹 방침에 따른 것으로 상속 재산 반환 소송과는 별건”이라며 “비상장사인 에버랜드 지분을 현금화할 수 있는 기회라 보고 자사주 매입에 응한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