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물가, 불안한 경제 상황 속에서 맞벌이는 당연하게 됐다. 맞벌이 여성들이 마주한 가장 큰 고민은 바로 일과 양육의 균형이다. 아직까지 한국의 직장 여성들은 임신·출산휴가를 쓰는 것이 쉽지 않다. 출산 후 회사로 복귀해도 양육때문에 일자리를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 때 우리나라처럼 최저 출산율을 기록했던 프랑스는 유럽에서 출산율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이며 두 자녀를 가진 여성의 취업률도 꾸준히 상승했다. 이 같은 차이로 전문가들은 국공립 보육시설의 비율, 소득에 관계없는 양육 수당, 육아휴직의 보편화를 꼽는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10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기혼여성 가운데 결혼과 출산 때문에 직장을 포기한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약 47%에 달했다. 직장에서 일한 경험이 없는 기혼 여성을 제외하면 이런 퇴직 경험자는 51.8%로 치솟는다. 퇴직 경험자 중 47.2%는 퇴직 사유로 자녀 양육을 꼽았다.
정부가 일과 가정을 병행할 수 있도록 육아휴직제도, 돌봄서비스, 무상 어린이집 등 다양한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제도는 현실에 한참 못 미친다.
육아휴직을 할 경우 정부에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통상임금의 40%(최대 100만원까지)를 지급하며 육아휴직을 30일 이상 부여받은 근로자에게만 해당한다. 0~2세 무상보육이 시작됐지만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경우만 해당되며 집에서 아이를 기를 경우 양육수당은 저소득 가구에만 지원하고 있다.
어린이집 이용이 가장 급한 맞벌이 부부의 경우 사정은 더 어렵다. 신뢰할 수 있는 국·공립 어린이집은 수요에 한참 못 미치며 아이를 재우고 씻기고 돌보는 일은 모두 엄마 몫이다.
두 아이의 엄마인 고은이(29)씨는 “돈이 드는 것보다 믿고 맡길 사람이 없어서 문제다, 동네 공립 어린이집에 갔더니 대기번호가 104번이었다”고 말했다.
한국육아정책연구원은 “북유럽과 달리 소득지원이 실제 소득에 못 미치고 국공립 보육시설이 턱없이 부족해 양육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보육 지원에 지출하는 재정이 가장 적으며 자녀수당이 없는 4개국 중 하나다.
프랑스 정부가 가족정책에 지출하는 경비(8백30억 유로)는 GDP의 5%다. OECD 국가 중 가족정책에 가장 많은 재정 지원 규모이며 가족수당, 육아휴직급여, 보육서비스, 자녀 교육지원 등이 모두 모함된 수치다.
프랑스에 이민간 한국인 엄마가 임신 초기 넉 달 이내에 임신 사실을 신고하거나 20세 이하의 아이를 입양하면 신생환영수당이 지급된다. 자녀 양육을 위해 일을 쉬거나 근무시간을 단축한 경우 최대 6개월까지 보조금을 준다.
20세 미만의 아동을 둔 부모의 한 달 수입이 최저임금의 55%를 넘지 않으면 일반부양수당이 지급된다. 둘째 아이부터는 20세 미만 아동에 한 해 소득과 관계없이 기초수당이 나온다. 3자녀 이상을 둔 부모에게는 대가족카드제도가 있어 프랑스 국철 요금을 최대 75% 싸게 이용할 수 있고 카드 회원 기업들의 물품을 구입할 때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
프랑스도 초기에 공공 보육 서비스 위주의 보편적 보육지원을 했으나 80년대부터는 개별화된 보육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정책 방향을 바꾼다. 1994년 가족법 개정 이후 기존의 시설이나 서비스 제공에서 직접 현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변화한다. 정부가 포괄적으로 유아교육비를 실수요자인 부모들에게 지원하자 만 3세 이상의 두 자녀를 가진 프랑스 여성의 취업률은 1990년 이후 점차 증가하고 있다. 국공립 어린이집 등 양육을 위한 인프라부터 다양한 수당 등 양육 비용에 이르기까지 국가가 든든하게 지원한 결과다.
한국육아정책연구원은 (.....)“정부에서 다양한 육아지원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육아휴직의 활성화와 국공립 보육시설의 확충, 실질 소득에 부합하는 양육수당 등 지원책을 현실적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