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신용등급은 그 나라의 국가 신용등급과 직결된다. 신용등급이 올라가는 것도 떨어지는 것도 그 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하나금융지주도 올 초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 무디스는 “앞으로 수 분기 동안 지켜본 뒤 외환은행의 신용등급을 하나금융 수준으로 올릴 요인에 대해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은 2015년 안에 글로벌톱 50위에 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이 같은 목표는 단지 의지에 그치지 않고 있다. 국내 은행 중 최대 해외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외환은행, 소매금융과 프라이빗뱅킹(PB) 부문에서 강점을 지닌 하나금융이 뭉쳤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은 지난 2010년 말 기준 세계 은행들 중 112위(기본자본 기준)를 기록했지만 외환은행 인수로 순위가 30단계 이상 뛰어오를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단자사로 시작한 하나금융이 시즌1, 2002년 서울은행 인수가 시즌2 였다면 외환은행 인수를 통해 세계로 뻗어나가는 하나금융 시즌3가 이제 막 개봉되는 시점이다.
하나금융과 외환은행의 결합이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앞으로 우리나라가 경제 성장하면서 국내 시장도 커지겠지만 결국 은행들은 해외로 나가야 한다”며 “은행의 글로벌화를 위해서는 외환은행의 장점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해외 지점의 중복 영업분야가 없는 것도 강점이다. 외환은행이 하나금융 자회사로 편입된 이후에도 구조조정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의 9개 해외 채널은 소매 영업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반면 외환은행의 해외 채널은 기업영업이 강점이다.
같이 법인을 두고 있는 중국도 문제될 게 없다. 하나은행은 동북 3성이 주요 공략 거점이다. 외환은행은 대련 이남 지역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 효율성이 상쇄될 우려는 적다. 두 개의 지점이란 시너지 효과가 더욱 기대된다.
하나금융은 우선 중국 및 동남아시아 현지법인을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서비스 및 상품 제공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은행 부분 뿐 아니라 카드, 증권 등 비은행 부문에서도 하나-외환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여기에 국내시장에서 독보적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외환은행의 외환·송금 분야가 결합되면 기업 및 개인 고객 모두에게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다른 은행권이 긴장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외환은행의 무역금융 시장 점유율은 45%대에 달한다. 하나은행의 PB부문에서는 시장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시장의 전망도 긍정적이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지분을 취득하면서 하나금융의 순이익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외환은행 인수에도 하나금융의 자산건전성은 건전한 수준이다”라고 평가했다.
국내외 증권사들도 외환은행 인수 후 하나금융의 목표 주가를 올리고 있다. 최근 현대증권은 하나금융의 목표가를 5만5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발표 당시 하나금융의 종가는 3만8000원이었다. 대신증권은 5만7000원, RBS는 5만5000원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각 기관들은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인수의 시너지효과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질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