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저명한 인권변호사인 천광청이 미국 망명을 거부하고 중국에 머무르기를 희망해 양국이 해법 찾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천광청은 가택연금 상태 도중 탈출해 베이징 주재 미 대사관의 보호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시각장애인이며 독학으로 변호사가 된 후 산둥성에서 산아제한 정책을 밀어붙이기 위해 실시한 강제 낙태와 불임시술을 폭로해 명성을 얻었다.
인권운동가이며 천광청의 탈출을 도왔던 후자는 “천광청이 미국 대사관으로 간 것은 신상의 안전을 위한 것이지 망명하려고 한 것이 아니다”며 “그는 중국이 법치주의로 갈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으며 이에 기여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천광청이 중국에 머물기 위해서는 그와 그의 가족에 대한 안전이 확실하게 보장되고 가택연금 기간 그를 탄압했던 사람들에 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천광청의 의사를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처지다.
빌 클린턴 정부 시절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를 지낸 수전 셔크는 “미국이 중국에서 천광청의 안전을 확인할 수 있을만한 시스템이 없다”면서 “이에 중국 정부의 약속만 믿고 그를 대사관 밖으로 보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천광청과 관련해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중국 측과 만날 때마다 인권문제를 항상 제기해왔다”며 원론적인 입장만을 밝혔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도 천광청 문제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미국과 중국은 그 동안 반체제 인사의 미국 망명을 성공적으로 처리했다.
천광청과 같은 경우는 지난 1989년 톈안문 사태 당시 반체제 물리학자였던 팡리즈의 경우가 유일했다고 WSJ는 전했다.
당시 팡리즈 부부는 미국 대사관에서 13개월 머무른 후에 미국으로 망명했다.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팡리즈 부부처럼 천광청을 망명시키는 것이 가장 무난한 해법인 셈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1989년과 지금의 상황은 다르다면서 중국이 천광청이 설령 미국 망명으로 돌아선다 하더라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주펑 베이징대 교수는 “망명을 허용할 경우 중국이 미국에 굴복했다는 이미지로 비쳐질 수 있다”면서 “향후 이와 비슷한 사례가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것도 정부는 우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천광청 문제가 장기화할 경우 인권문제가 계속 이슈로 떠오르는 등의 부담을 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