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시대에 다양한 예·적금 상품이 출시되는 가운데 시중은행들이 예·적금 유치 전략에도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대출수요 감소로 자금조달에 상당한 여유가 있는 국민·신한·우리은행 등 대형 시중은행들은 예금 유치 경쟁에 미온적인 반면 외환·산업·농협은행 등은 고금리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며 자금유치 노력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은행 등 대형 시중은행들은 당분간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특판 예금 출시를 자제키로 했다. 최근 은행권 대출 수요가 주춤하면서 자금조달을 급격히 늘려야 하는 이유가 없어 자금운용에 큰 어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최고 연 4.30%의 금리를 제공하는 미션플러스 특판 적금을 내놓았지만 조기 마감된 이후 추가 판매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도 각각 ‘2012 KB국민프로야구 정기예금’과 ‘시네마정기예금 코리아’를 내놓고 추가 금리를 제공하지만 일회성 이벤트 성격보다는 매 시즌때마다 내놓은 정기적 상품 성격이 강하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최근 대출이 줄면서 자금에 여유가 생겨 특판 상품을 내놓을 상황이 아니다”면서 “자금윤용 계획상 여유가 있는 만큼 대형 시중은행들이 신상품 위주의 전략을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외환은행, 농협은행, 산업은행 등은 고객 확보 등을 위해 특판 상품을 잇달아 내놓는 예·적금 유치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외환은행은 윤용로 외환은행장이 직접 “빼앗긴 고객을 다시 찾아오겠다”고 선언하는 등 예·적금 유치에 적극적이다. 그 결과, 외환은행이 지난달 13일 선보인 ‘새출발 예·적금’은 신규 가입액이 총 1조4000억원을 넘어섰다. 이 상품은 하나금융지주로 인수되고 나서 처음 선보인 특판으로 예·적금 모두 0.3%의 우대금리가 적용된다.
개인고객 확대에 집중하고 있는 산업은행은 최고 연 4.40%의 금리를 제공하는 ‘공동가입정기예금(4차)’과 우대이율을 포함, 최고 연 4.35%의 금리를 제공하는 ‘KDB프리미어 정기예금’을 출시해 1조5000억원 가량의 예금을 모았다.
또 지난달 새롭게 출범한 농협은행은 종합거래형·사회공익형·주식거래형 등 세가지 유형의 상품을 내놓고 농협 계열사 간 종합거래 실적에 따라 4%대 이상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을 내놨다.
은행권 관계자는 “외환·산업·농협은행 등은 개인 고객부문에서 다른 은행들에 비해 비중이 작은 편”이라며 “이에 특판 상품 출시 등을 통해 개인 예수금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