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분석에 대한 탁월한 안목과 체계적 능력을 갖춘 애널리스트 출신들이 금융투자업계 등 전 분야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화려한 겉모습 외에 다소 짧은 근속 연수라는 한계를 딛고, 애널리스트 경력을 발판 삼아 각 분야에서 고공질주 중인 모습이다.
한편에선 애널리스트들의 짧고 굵은 라이프 스타일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하지만 각 분야 인생 제 2라운드에서 열심히 뛰는 그들을 보면 역시 ‘애널리스트’ 출신은 남다르다는 감탄마저 나온다.
우선 여의도를 호령하던 리서치 센터장들의 팔색조 변신이 두드러진다.
리서치 센터장에서 최고 경영자(CEO)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로는 토러스투자증권 손복조 사장이 대표적. 지난 99년까지 대우증권 센터장을 역임한 그는 2004년부터 2008년까지 대우증권 CEO를 거쳐 2008년에 토러스투자증권 설립해 왕성한 경영능력을 보이고 있다. 지난 11월엔 전 메릴린치 아태본부 고객관리 총괄이자, 전 삼성증권 센터장 출신인 이남우 부사장까지 영입해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센터장을 지낸 운용업계 CEO로는 지난 2001년부터 2005년까지 메릴린치증권 리서치헤드르 맡았던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이원기 대표가 대표적이다.
이 대표는 “영업력과 부지런한 투자아이디어로 셀 사이드의 대표직 리서치 헤드와 그들에게서 제공받은 아이디어로 투자전략을 짜는 바이사이드 대표직인 운용업을 두루 겪어본 결과 CEO 업무시 매우 큰 보탬이 된다”며 “실제 숲과 나무를 보는 시각으로 두 가지 경험을 잘 결합하면 경쟁력이 높을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은퇴전문 전도사로 변신한 센터장 출신들로는 전 대우증권 센터장을 지낸 미래에셋자산운용 퇴직연금소장 강창희 부회장과 대우증권 홍성국 미래설계연구소장이 꼽힌다.
리서치와 업무 연계성을 발판으로 법인 영업맨으로 변신한 센터장들도 다수다. 대신증권 센터장을 역임한 구희진 전무는 지난해 3월부터 홀세일 사업단장을 맡고 있고, NH투자증권 백관종 법인영업본부장 역시 전직 동부증권과 흥국증권 센터장 출신이다.
특히 대신증권은 구 전무가 법인영업본부장으로 취임하자마자 수수료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이상의 성장을 보였다. 구 전무는 “애널리스트 출신이다 보니 혐업시 유기적 장점은 물론 리서치를 운영하면서 쌓은 고객베이스가 큰 시너지가 된다”고 덧붙였다.
지난 2008년부터 미래에셋증권 센터장을 지낸 황상연 센터장도 올 초 법인영업본부장으로 새옷을 입었다.
전문분야 담당 임원으로 뛰고 있는 센터장 출신들로는 한국창의투자자문 김영익 공동 영업부문 대표 (대신, 하나대투증권 센터장) 하나대투증권 IB부문 장승철 대표(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 우리자산운용 김학주 상무(삼성증권 센터장), 한국투자증권 GIG그룹 임춘수 부사장(삼성증권 센터장) 등이 대표적이다.
아예 대학교수로 명함을 바꿔 단 이들도 눈에 띈다. 전 대우증권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을 역임한 전병서 경희대 중국경영학과 객원 교수는 중국 현지 전문가로 활발히 활동중이고 전 메리츠증권 윤세욱 센터장 역시 지난해 가을학기부터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로 강단에 선 바 있다.
◇ 매니저, 브로커, 자문업 진출 전방위 접수
센터장들을 비롯 리서치의 꽃 베스트 애널리스트들도 전방위에서 약진중이다.
법인 영업은 물론, 증권사의 신사업 추진에 결정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핵심 브레인으로 톡톡히 떠오른 것.
실제 그동안 베스트 스트레티지스트였던 이윤학 부장은 지난 2009년 7월부터 우리투자증권 신사업 추진부장을 맡고 있으며 우리투자증권 자산관리 사업의 성공 발판의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이 부장은 “신 사업부라는 팀 특성이 블루오션인만큼 체계적인 근거와 계획이 필요한데, 애널리스트 당시 기업분석 평가와 타겟팅 등 신사업의 프로세스와 스케쥴을 진행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가 그동안 이룬 성공작으론 국내최초 ETF자동매매 시스템인 ‘우리스마트인베스터’, 주식특화 포트폴리오 솔루션인 ‘우리스타 매니저’ 등이 대표적이다.
식음료 베스트 애널리스트 출신인 이정기 부장도 지난 2011년 4월부터 키움증권 법인영업부장으로 변신했고, 우리투자증권 제약담당 황호성 애널리스트도 신설사인 쿼드투자자문의 전무로 컴백했다.
축소흐름이 뚜렷한 펀드리서치의 초창기 주역들의 변신 2라운드도 이목을 끈다. 슈로더투신 법인영업부 이동수 부장과 키움증권 우현섭 상품마케팅 팀장도 1세대 펀드애널리스트로 명성을 날려왔다.
업계 내부적으로도 이같은 애널리스트들의 변신에 대해 기대를 표하면서도 국내 자본시장의 짧은 애널리스트 근속 연수에 대해선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 대형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에서 법인과 리서치부문에선 특히 레드오션이라, 실질적인 리서치서비스 자체보다는 부가적으로 신경 써야 할 것이 많고 나이가 들수록 감당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며 “선진국의 경우 아이디어 가진 사람이 크는 문화인데 국내 자본시장의 경우 아직 덜 성숙된만큼 좀더 리서치 현업에서 뛰기 어려운 실정이라 제2의 인생을 찾아가는 애널리스트들 출신들에 기대가 크고 앞으로도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