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원전 제로’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확실시되면서 열도가 비상 시국으로 전환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16일(현지시간) 현재 유일하게 가동 중인 홋카이도의 도마리 원전이 5월5일 정기점검에 들어가 가동을 멈춘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일본은 내달 6일부터 원전 54기가 모두 멈춰서 1969년 이후 처음으로 이른바 ‘원전 제로’ 상태에 빠지게 됐다.
전기사업연합회에 따르면 원전이 2기 이상 증가한 후 모든 원전이 동시에 가동을 멈추는 것은 1970년 4월30일~5월4일 이후 처음이다.
작년 후쿠시마 제1 원전 사고 이후 일본 원전들은 점검 등을 이유로 가동을 멈춘 뒤 재가동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정부는 전력 수요가 최고조에 달하는 여름철 전력난 가능성을 역설하며 당장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한 후쿠이현 오이 원전부터 재가동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원전 제로 사실을 공식화한 것도 전력대란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시키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현지 지방자치단체와 인근 지자체가 연대해 원전 재가동에 반기를 들면서 오이 원전 재가동에 대한 협력을 이끌어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시 시장은 “민주당 정권을 무너뜨릴 수 밖에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두 세 차례의 협의를 거쳐 이달 안에 결론을 이끌어내더라도 정지 중인 원전을 재가동하려면 12주간의 시간이 걸린다.
올여름에도 전력 수급은 아슬아슬한 줄타기 상태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작년 여름의 악몽을 떠올리며 비상 태세에 돌입했다.
건설장비업체인 고마쓰와 화장품업체 시세이도 등 생산 업체들은 자가 발전 시설을 도입할 방침이다.
고마쓰는 유압 쇼벨의 핵심 생산 기지인 오사카공장에서 액화천연가스(LNG)의 자가 발전 설비를 도입한다.
출력은 총 3000Kw 규모로 7월부터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시세이도도 올여름까지 오사카공장에 자가 발전 장치를 도입해 전력대란에 대비하고 있다.
화학섬유업체인 도레는 출력 1000Kw 이상의 이동식 컨테이너형 발전기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사히맥주도 올여름까지 각지의 공장에 이동식 비상용 발전기를 도입하기로 했다.
다케다약품공업은 4월 말부터 5월 초에 걸친 황금연휴(GW)도 반납하기로 했다.
닛폰제지와 유통업체 다이에는 서머타임을 앞당겨 채용하기로 했다.
작년 여름 휴일을 평일로 대체해 전력난에 맞섰던 자동차 업계의 고민은 더 크다.
특히 올해는 전력난이 전국 규모로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
한 대형 자동차업체 관계자는 “간토보다 규슈가 더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간토처럼 원전 의존도가 높은 규슈전력 관내에서는 폭염이 닥치면 전력 수급 상황을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도요타자동차와 닛산자동차, 다이하쓰공업의 대량 생산 기지가 들어선 규슈에서는 올해 사상 최대인 140만대의 차량이 만들어질 전망이다.
여름철 전력난이 닥칠 경우 생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시가 도시유키 일본자동차공업회 회장은 “작년 여름 실시한 대책은 직원과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컸기 때문에 건전하지 않은 절전대책”이라고 비판했다.
파나소닉 부회장인 마쓰시타 마사유키 간사이경제연합회 부회장은 “기업의 노력으로 절전에 대응하겠지만 작년 여름과 같은 절전 대응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산업계에 의존한 정부의 절전책에 일침을 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