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신용공여를 중단하거나 위탁증거금율을 100%로 올리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금융당국이 ‘증시 뇌관’으로 변질될 수 있는 신용융자거래 잔고를 줄이기 위해 증권사들에게 신용공여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의무사항은 아니나 ‘을(乙)’에 위치한 증권사들은 당국의 눈치를 살피며 일부 종목에 대해 신용공여를 중단하고 있다.
29일 증권업계 따르면 우리투자증권은 이달 들어 중국엔진집단, 현대약품, KCC건설, 흥국, 아모텍, 이크레더블 등 50개 종목에 대해 신규 신용공여를 중단했다. 같은기간 신한금융투자 역시 명문제약, 선도전기, 제룡전기, 오텍, 좋은사람들 등 40여개 종목에 대해, 삼성증권도 하이마트, 케이엠더블유 등 10개 종목을, 미래에셋증권은 영우통신과 뷰웍스 등 2개 종목에 대해 신용공여 중단공지를 투자자들에게 알렸다.
위탁증거금율을 100%로 올리는 곳도 있다. 증거금율이 100%인 경우 신용거래를 하지 못한다. 대우증권은 빛샘전자, 뷰웍스, 영우통신, 이건창호, 쌍용머터리얼정도 등 100개 종목에 대해 위탁증거금율을 100%로 상향조정했으며 현대증권도 그린손해보험, 자티전자, 인스프리트 등 13개 종목에 대해 동일한 조치를 취했다.
증권사들은 투자경고, 상장폐지 등 상장요건에 준하는 객관적인 기준 이외에 단기 급등락, 외부변수 등 주관적으로 종목 불확실성이 크다고 판단될 경우 고객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신용거래를 중단하거나 위탁증거금율을 상향조정한다.
그런데 최근 종목선정에 대한 주관적인 판단에 금융당국이 무언의 압박을 가하고 있다. 신용거래융자 규모가 단숨에 5조원대를 돌파하자 금융당국이 이를 억제하기 보증금율을 상향조정하라고 업계 관계자들에게 협조를 요청한 것이 증권사를 옥죄고 있는 것이다.
실제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달 22일 7개월여만에 5조원을 돌파한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에 최근 금융투자협회는 금융당국의 요청을 받아 41개 증권사 신용공여업무 담당부서장 앞으로 ‘신용거래융자 관련 회원사 협조사항’이란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에는 증권사들의 신용융자 한도 초과분을 3월말까지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한편 다음달 1일부터 신용융자 최저 보증금율을 현행 40%에서 45%로 상향조정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대형 증권사 영업추진부 관계자는 “신용융자 최저 보증금율을 낮추라는 금융당국의 협조요청이 강제사항은 아니지만 절대적 을(乙)에 위치한 증권사로서는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며 “특히 그동안 증권사들마다 자체적으로 신용융자 한도를 줄여왔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걱정하는 것처럼 위험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각종 테마주들이 기승을 부리면서 개미들의 피해가 커져 이를 차단하기 위한 당국의 노력도 이해는 되지만 모든 종목에 대해 일괄적으로 기준을 대입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라며 “앞으로 영업이 더 힘들어 질 것 같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