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시라이 충칭시 당서기의 해임으로 중국 내 권력투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3대 정치계파 중 시진핑 부주석과 더불어 태자당의 선두주자였던 보시라이가 낙마하면서 차기 권력구도가 흔들리게 됐기 때문이다.
장더장 국무원 부총리가 충칭시 당서기를 겸임한다고 15일(현지시간)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보시라이는 당서기는 물론 상무위원 등 충칭시 관련 직위에서 해임되고 공산당 중앙 정치국 위원직만 갖게 됐다.
측근인 왕리쥔 충칭시 부시장이 지난달 초 미국 청두영사관에서 36시간 정도 머무르는 사건이 터지면서 보시라이의 정치생명도 사실상 끝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왕리쥔은 미국으로 망명을 시도했으나 정치적 부담을 우려한 미국측이 이를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시라이는 분배를 강조한 ‘충칭모델’을 주창하고 마오쩌둥 시대의 혁명가요인 ‘홍가’부르기 운동을 펼치는 등 튀는 행보로 눈 밖에 났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그의 행보가 문화혁명을 연상시킨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특히 원자바오 총리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식을 마치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보시라이를 직접적으로 비판한 지 하루만에 해임이 이뤄져 눈길을 끌고 있다.
보시라이의 낙마로 오는 10월께 예정된 권력교체를 앞두고 당내 정치계파간의 세력다툼이 본격화됐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현재 중국 정치구도는 공산당 원로 자제들로 구성된 태자당과 장쩌민 전 주석의 상하이방이 연계해 후진타오 국가 주석과 리커창 부총리의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과 대립하는 형국이다.
빅터 신 미국 노스웨스턴대 정치학 교수는 “왕리쥔의 배신에서부터 이날 보시라이의 해임까지 최근 벌어진 사건은 천량위 전 상하이 당서기의 구속 이후 가장 격렬한 정치엘리트들 간의 갈등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상하이방 세력에 속했던 천량위는 당시 원자바오 총리와 공공연하게 대립할 정도로 위세를 떨쳤으나 지난 2006년 부패혐의로 18년형을 선고받고 몰락했다.
차기 국가 주석으로 유력한 시진핑 부주석은 보시라이의 낙마로 정치적 부담을 안게됐다.
당초 보시라이는 중국 최고 지도부인 공산당 중앙상무위원 9자리중 하나를 차지할 것으로 유력시됐다.
상하이방인 장더장을 보시라이의 후임으로 배치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중국 최고지도부가 현재의 권력구도를 너무 흔들지 않기 위해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풀이했다.
보 서기의 해임에 그와 경쟁관계에 있던 왕양 광둥성 당서기의 ‘광둥모델’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같이 부유해지자’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분배를 강조하는 충칭모델과 달리 광둥모델은 개방과 규제완화 등 사회주의에 좀 더 시장의 장점을 도입하자는 입장이다.
이는 공청단이 현재 핵심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경제개혁과 맥락을 같이 하는 것이다.
앞서 세계은행(WB)의 로버트 졸릭 총재는 지난달 국영기업의 역할을 축소하고 시장의 역할을 확대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한 ‘중국 2030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리커창 부총리가 보고서의 내용을 지지했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왕양 당서기는 지난해 성 내 우칸촌에서 벌어진 시위사태를 강경진압하지 않고 이 마을에서 중국 최초로 민주적인 선거를 실시하는 방법으로 평화적으로 수습해 주목을 받았다.
이는 원자바오 총리가 전일 강조했던 정치개혁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원자바오 총리는 전일 기자회견에서 “촌 단위에서 직접선거가 성공적으로 치뤄졌고 현과 성 등 상위 단위에서 점진적으로 직접선거를 하는 방식으로 중국 특유의 사회민주주의 정치개혁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