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중하지 못한 금융결제원

입력 2012-03-14 10:28 수정 2012-03-15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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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금융부 기자

금융결제원(이하 결제원)이 어설픈 법률 해석으로 망신을 당했다. 개인정보보호법을 수박 겉핡기식으로 이해한 후 개인사업자에 대한 당좌거래정지 정보제공을 중단하려 했기 때문이다.

물론 수포로 돌아갔다. 신용정보법에 개인사업자라면 당사자의 동의 없이 신용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결제원은 법령을 자세히 읽어보면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인데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무턱대고 정보제공 중단을 발표해 버린 것이다.

발표 이후 결제원은 자신들의 무지를 알아차리지도 못했다. 금융당국에서 “예외조항이 있는데 왜 혼자서 일을 벌이냐”라는 말이 나온 뒤에야 알았다. “법률 자문기관에 의뢰해 검토해 본 결과다”란 그들의 말이 무색하다.

이번 사태는 단지 법 해석의 미숙함에서 비롯한 해프닝에 그칠 문제는 아니다. 그동안 결제원과 언론을 통해 공개됐던 당좌거래정지 정보 제공이 중단된다면 그 파장은 크다. 당장 부도 수표나 어음들이 돌아다녀도 시장에서는 알아차리지 못할 수 있다. 내가 받은 어음이 부도가 난 어음인지 제대로 된 어음인지 알지 못한다면 신용시장은 급속히 경색된다. 더욱이 어음은 사람의 손과 손을 통해 수 차례 거래가 된다. 신용 없이는 거래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

이번 사태는 이틀 만에 마무리됐다. 짧다면 짧은 기간이지만 금융권에서는 큰 혼란을 겪었다. 당장 은행에서는 “결제원이 당좌중지 정보 제공을 중단하면 우리도 하지 말아야 하나”란 법률 검토를 하기도 했다.

이런 사태의 심각성을 모른채 결제원은 “후속 조처는 마련해 둔 게 전혀없다”라며 단지 정보 제공만 중단키로 결정했다. 이는 막대한 개인정보를 취급하는 결제원에서 나올 말은 아니었다. 내 집안 사정만 고려하고 금융시장은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결정이었다.

지난해 어음과 수표 거래가 중지된 법인과 개인사업자는 1356명이었다. 하루 평균 16명 꼴이다. 막대한 부도어음이 아무도 모르게 돌아다니게 하려는 시도를 결제원이 하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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