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믿겠다 국가통계]수출입 통계·물가 상승률도 정부 '입맛대로' 발표

입력 2012-03-1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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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인가 은폐인가-무역흑자 규모 사상최대 홍보에만…국민들 "통계 못믿어" 불신 극대

지난 1월 어처구니 없는 수출입 통계오류로 큰 혼란이 빚어졌다. 지난해 12월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실제보다 크게 부풀려졌기 때문이다. 국가 통계업무의 전반을 관장하고 있는 국가통계기관인 통계청의 잦은 실수로 국가통계에 대한 신뢰가 실추된 가운데 관세청의 통계 오류는 불신을 더 시켰다.

◇무역수지 속보치 속여…오류 업체 떠밀기도 = 전문가들은 올해 초 발표한 지난해 수출입동향 잠정(속보)치 오류는 그 동안 국가통계가 얼마나 부실하게 작성돼 왔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지적한다.

관세청은 지난 1월 작년 12월 수출입동향 잠정치로 무역수지 흑자 40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보고했다. 수출액은 497억 달러, 수입액은 457억 달러였다. 그러나 15일 뒤 발표한 확정 무역수지는 22억5000만 달러였다. 수출액과 수입액도 각각 477억4300만 달러, 454억8800만 달러로 속보치에 비해 대폭 줄었다.

관세청은 발표 통계의 시간적인 차이로 인해 정정사항을 수정해 발표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라고 해명했다. 현재 수출입동향은 신고수리일 기준으로 무역통계를 집계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지경부(잠정치)는 매월 1일, 관세청(확정치)은 매월 15일에 실적을 발표한다. 특히 수입액보다 수출액 오차가 크게 벌어지는 것은 수출물품이 수출신고 즉시 신고수리하고 극히 일부에 대해서만 심사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신고 수리 후 선적일정 조정, 해외구매자의 주문 취소 등 계약변동 등이 발생할 수 있어 수입에 비해 수출실적 변화가 크게 발생한다는 것이다.

관세청의 해명이 전혀 틀린말은 아니다. 지난해 수출입동향에서 무역수지 잠정치와 확정치는 항상 차이가 있었다. 실제 1월 5억 달러, 2월 8억 달러, 3월 6억 달러, 4월 15억 달러, 5월 6억 달러, 6월 14억 달러, 7월 25억 달러, 8월 4억 달러, 9월 1억 달러, 10월 4억 달러, 11월 8억 달러 등이었다. 대부분 수출 물량이 월말에 몰려 있어 무역수지의 잠정치와 확정치에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무역수지 차이가 10억달러 이상 난다는 것은 큰 문제다. 결국 문제가 됐던 지난해 12월 무역수지 오류는 중소철강업체가 수출액을 신고하는 과정에서 10억원을 10억달러로 잘못 표기해 생긴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이 역시 업체측의 단순 실수로 치부할 수 있다. 문제는 관세청의 대처다. 관세청은 잘못된 부분에 대해 2월15일 발표한 1월 수출입동향 확정치에 슬그머니 반영했다. 한 달 동안 잘못된 수치가 고쳐지지 않으면서 각종 통계수치로 활용됐다. 관세청에서 확정치를 집계할 때 오기 부분을 잡아내지 못했거나 발견했지만 잘못을 덮기 위해 속였을 가능성이 있다. 경제성장 동력이 수출인 나라에서 수출입동향 통계를 잘못 발표하고 이를 한 달 가까이 몰랐거나 숨겨왔다는 사실은 심각한 문제다. 당시 관세청에서는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의 더블딥 위험이 최고조인 상황에서도 월간기준 사상 최대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는 홍보에만 열중했다.

◇물가·인구 통계 등 정부 입맛에 맞춰 발표 = 물가 통계 역시 정부가 의도적으로 조작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지난해 단행한 소비자 물가지수 품목 개편에서 정부의 의도적 통계 조작은 국민들에게 적잖은 실망을 앉겼다.

정부는 통계청을 통해 물가상승률을 끌어 올렸던 품목 비중을 낮추거나 아예 제외시키는 방법을 통해 물가상승률 통계치를 인위적으로 낮춘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물가가 너무 높다보니 수치를 낮추기 위한 방편으로 가격상승률이 높거나 급등한 품목의 비중 축소나 제외를 통해 물가상승률을 낮추겠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지난해 물가상승률 예상치인 4.4%에서 4.0%로 무려 0.4%나 낮아지는 효과를 거뒀다.

통계청에서는 5년마다 한 번 변경하는 소비자 물가지수 품목 변경과 맞물려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국민들의 불신은 여전하다.

통계청이 인구추계를 잘못 산정한 것도 통계 오류의 대표적인 사례다. 인구추계는 인구주택총조사를 바탕으로 인구의 변화를 추정하는 것으로 조사를 실시한 이듬해에 발표한다. 통계 적용 과정의 실수라고 하지만 정책에 반영되는 만큼 정확성이 뒤따라야 한다. 정부는 정책 목표를 세울 때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데이터로 오류를 최소화 해야 한다.

당시 통계청은 외국인 고용하가제와 방문취업제 등으로 외국인 유입인구가 급증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외국인 유출 인구를 높게 산정해 인구추계에 반영했다. 한번의 통계 잘못으로 인해 지난 2007년부터 작년까지 5년동안 누락인구는 대략 5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계청은 사실이 불거지기 전까지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또 사실이 밝혀진 뒤에도 인구 추계는 미래를 예측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실수를 인정하지 않았다. 기초 통계의 오류가 각종 정책에 반영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들의 잘못을 단순 실수로 축소하고, 이것이 밝혀진 뒤에도 예측이 어렵다고 발뺌하는 모습은 국가 통계관리의 허술함마저 드러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기획재정부 한 간부는 “그동안 통계의 실수는 있어 왔지만 인구추계 오류는 안이한 행정처리의 결과물이다”면서 “국민들에게 정부가 의도를 갖고 조작한 것으로 비춰질 수 있어 오류를 줄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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