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잃어버린 입맛은 물론 무뎌진 몸과 마음의 촉을 일깨우는데는 미각여행이 특효! 주말을 이용해 훌쩍 떠나도 부담없는 거리에 입맛 돋우는 음식이 지천인 홍콩과 타이완은 새파란 봄의 촉을 틔우기에 최적이다.
음식이라면 홍콩도 타이완도 둘째 가라면 서러운 나라. 양국 모두 중화요리를 기본으로 세계 각국의 음식 향연이 펼쳐지는 미식 천국이다. 하지만 같은 중화요리라도 홍콩은 광둥요리가 발달한 반면 타이완은 중국 여러 지방의 요리가 향토음식과 섞여, 맛과 스타일이 서로 사뭇 다르다.
이것이 바로 골라 먹는 재미를 추구하는 식도락가들의 침샘을 자극하는 이유. 더욱이 양국간 이동시간이 비행기로 1시간 반밖에 걸리지 않는 점은 두 나라의 음식 비교체험을 스스로 부추겨도 좋은 절묘한 매력 포인트다.
평범한 사람의 위장이 허락하는 하루 섭취량은 3끼. 미식 천국에 맛있는 음식이 오죽 많겠냐만 위장의 한계와 더불어 체류시간마저 제한된 여행자에게는 삼시세때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아침 점심 저녁, 무얼 먹어야 좋을까? 고민될 땐 현지인을 따라하는 게 만족도를 높이는 지름길.
홍콩·타이완 사람들은 거의 밖에서 끼니를 해결하는데 아침엔 식감이 부드럽고 소화가 잘 되는 죽을 주로 먹는다. 홍콩인이 즐겨찾는 죽집은 죽면전가(粥麵專家). 한자 그래도 죽과 면을 전문으로 하는 대중음식점인데, 우리 입맛에도 잘 맞는 담백한 죽과 면 요리를 다양하게 선보인다. 타이완에서는 다안(大安)역 인근에 조성된 죽 전문 거리를 찾아볼만하다. 대부분 채소와 해산물, 고기류 등 50~100여가지 반찬이 갖춰진 뷔페식으로 차려져 있다.
점심에는 홍콩과 타이완의 대표 면요리를 즐겨보자. 홍콩 면의 국가대표급인 완탕면(雲呑麵)은 해산물로 맛을 낸 맑은 육수에 꼬들꼬들한 생면과 큼지막한 새우 만두를 올려낸다. 속이 비칠 듯 얇은 만두피 속에 꽉 들어찬 새우살이 탱글탱글 씹히는 맛이 일품. 홍콩의 노른자 지역 어디에나 있는 홍콩판 체인 분식점 차찬텡(茶餐廳)에서 손쉽게 맛볼 수 있다.
타이완 면의 대표선수는 얼큰한 소고기 국물에 쫄깃한 면이 담겨 나오는 뉴러우면(牛肉麵). 타이완의국민 메뉴로 사랑받고 있는 뉴러우면은 저렴한 노점부터 고급 레스토랑에 이르기까지 어디서나 만나볼 수 있다. 소고기의 부드러운 육질, 쫀득쫀득한 면발, 깊은 국물맛에 한번 빠지면 매일 하루 한끼는 뉴러우면으로 해결할 정도로 중독성이 강하다.
대망의 저녁식사에선 딤섬(点心)으로 마음의 점을 찍어보자. 이름처럼 누군가와 마음을 터놓을 때 부담없이 나누기 좋은 딤섬은 3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홍콩음식의 대명사. 후미진 뒷골목에서 미슐랭가이드 평점 별 셋을 받은 특급호텔까지, 홍콩이 선보이는 딤섬의 종류는 무궁무진하다. 그중에서도 몽콕시장 근처에 위치한 팀호완(添好運)은 주말이면 두세시간씩 줄을 선다는 소문난 맛집. 포시즌스 호텔 중식당에서 딤섬을 담당했던 셰프가 독립해서 차린 곳으로 양질의 딤섬을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다. 지난해 미슐랭 별을 받은 뒤론 대기시간이 더욱 길어졌지만, 기다림 끝에 만나는 딤섬의 맛은 더없이 달콤하다.
타이완의 딤섬에 대해선 타이베이에 본점을 둔 딤섬전문점 딘타이펑(鼎泰豊)의 샤오룽바오(小籠包)을 빼놓구선 이야기가 진행이 안 된다. 샤오룽바오는 다진 돼지고기를 얇은 만투피에 싸서 쪄내는 상하이식 만두. 한입 베어 물면 입안 가득 퍼지는 뜨거운 육즙의 진한 맛과 향이 황홀경을 선사하는데, 딘타이펑의 그맛이 단연 최고다. 과장이 아니라, 중국인의 머릿속에도 ‘샤오룽바오’ 하면 ‘딘타이펑’이 떠오를 정도로 유명한 곳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본토, 일본, 싱가포르, 호주, 미국 등 해외 50여곳에 지점이 있지만 원조에는 비할 바 못된다. 타이완에 발을 내렸다면 딤섬 하나로 세계 정상의 맛을 빚어내는 딘타이펑에 반드시 들를 것!
다음호에서는 메인 요리만큼이나 다양한 홍콩과 타이완의 디저트, 야식, 길거리 음식들을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