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도 일본 소비자들의 명품 사랑은 꺾지 못했다.
지난해 일부 명품업체는 일본에서의 매출이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본 명품 시장은 그 동안 주변 아시아 국가에 비해 부진이 두드러졌다.
그러나 대지진과 불황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늘면서 업계에는 일본의 명품 시장이 부활할 것이라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프랑스 명품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루이비통과 구찌 등을 거느린 PPR그룹의 매출이 급증했다.
LVMH는 최근 작년 일본에서의 매출이 전년 대비 10% 증가한 19억7000만유로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환율 변동에 따른 영향을 제외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LVMH는 환율 변동이 없다고 가정할 경우 일본에서의 매출은 1% 줄었다고 밝혔다. 작년 초 시점에서 유로·엔 환율은 108.57엔이었지만 12월 말에는 100.25엔까지 낮아졌다.
PPR도 지난 주 결산 발표 시 일본에서의 매출이 9억8350만유로로 전년 대비 12% 증가했다고 밝혔다.
PPR은 구찌와 이브생로랑, 보테가베네타, 발렌시아가 등을 거느리고 있다.
PPR도 LVMH과 마찬가지로 환율 변동을 제외하면 일본에서의 매출 성장은 5.6%에 머물렀다.
WSJ는 지난해 매출이 성장했다고 해서 일본 명품 시장의 부활을 확신하기는 이르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관점에서 봤을 때 일본은 명품업계의 핵심 시장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LVMH의 작년 총 매출 237억유로 가운데 일본이 차지하는 비율은 불과 8%로,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의 27%를 크게 밑돌았다.
5년 전 전체 매출 중 일본이 차지하는 비율은 13%,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의 비율은 17%였다.
컨설팅업체인 베인앤컴퍼니는 지난해 일본 명품 시장이 호조를 보인 것은 대규모 인수·합병(M&A)도 일조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LVMH는 지난해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인 불가리를 43억유로에 인수, 같은해 6월30일 경영을 통합했다.
불가리는 일본에서 특히 인기가 높은 브랜드다.
LVMH 손에 들어가기 전 1년 간 불가리의 일본 매출은 2억유로로, 불가리에게 일본은 최대 시장이었다.
PPR도 지난해 이탈리아 남성정장 브랜드 ‘브리오니’와 미국 서핑·스케이트보드·스노보드용품업체 ‘볼콤’을 인수했다.
구찌의 매출 31억4000만유로 중 일본이 차지하는 비율은 12%인 데 반해, 일본 이외의 아시아 국가는 37%로 LVMH의 상황과 유사했다.
2006년 시점에서 일본 시장 비율은 19%,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 비율은 22%였다.
WSJ는 일본 시장이 다른 아시아 국가만큼의 성장세를 구가하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불황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엔고 기세가 꺾이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엔화 가치가 유로에 대해 약세일 경우, 유럽 명품업계는 수출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일본 매출은 감소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