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주미대사가 16일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사의를 표명한 것을 두고 다양한 관측이 나오는 등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관장회의 참석을 위해 귀국한 상황에서 사의를 표명하고 회의에도 불참한 것으로 볼 때 갑작스러운 결정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조병제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한 대사가 오늘 오전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한 대사는 김 장관에게 주미대사로서의 소임을 다했다는 판단에 따라 사의를 표명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한 대사의 사표를 수리할 뜻을 시사했다.
◇ 갑작스런 사퇴 결정, 왜? = 관계자들은 한 대사의 갑작스런 사의 표명에 ‘의외’라는 반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한 대사는 지난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를 진통 끝에 마무리한 뒤 이명박 대통령이 “계속 수고해달라”고 말하는 등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대사는 오는 20일부터 24일까지 열리는 재외공관장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고 이임인사 등을 겸해 17일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그러나 재외공관장 회의 참석을 위해 귀국한 그가 돌연 사의를 표명한 뒤 미국으로 돌아가기로 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 대사는 회의기간에 기자간담회 일정도 잡아놓은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사관 정무라인 관계자는 “며칠 전까지만해도 한 대사가 현 정부 임기까지 계속 대사직을 수행할 것으로 알았다”면서 “하지만 그 사이 다른 변수가 생긴 모양”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 무역협회장 내정설 ‘모락모락’…靑, 총선 출마설·갈등설 일축 = 한 대사의 사임 배경과 관련해 외교부는 표면적으로 “아는 바가 없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일부 핵심인사들은 언론 등에 “문제가 있어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좋은 일이 있다”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 대사가 다른 직책을 맡을 것임을 강하게 시사한 것이다.
한 대사가 차기 한국무역협회장을 맡을 가능성도 전망되고 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정부의 한 당국자는 “한 대사가 차기 무역협회장으로 임명된다는 얘기도 있다”고 언급했다. 청와대는 지난 7일 사공일 한국무역협회 회장이 연임을 포기하고 회장직에서 물러날 뜻을 밝힌 뒤로 줄곧 후임 인선을 고민해 왔다.
한 대사의 사임과 관련 청와대 핵심 참모는 "한미 FTA가 체결되고 중요한 업무를 마무리 짓고 나서 쉰다고 한 것"이라면서 “일부에서 한 대사와 관련된 문제나 갈등이 있지 않느냐고 하는데 그런 게 아니다. 총선 출마설과도 무관한 것으로 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재외공관장 회의는 주미대사가 공석인 상태로 진행될 전망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다음주인 재외공관장 회의 전까지는 후임자가 결정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조만간 한 대사의 사표를 수리하고 후임 인선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