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제가 상저하고(上低下高) 패턴을 그릴 것이라던 정부가 말을 바꿨다.
이는 유럽재정 위기가 쉽게 사그러들지 않는 상황에서 중국의 경착륙 가능성이 대두되고, 이란 핵제재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 등으로 인해 하반기 경기회복 가능성을 장담하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박재완 장관은 “국제유가의 지속적인 상승과 중국경제의 부진, S&P의 미국 신용등급 추가 강등 경고, 무디스의 유로존 6개국 신용등급 강등 등 대외여건이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언급하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7%로 하향조정하면서 ‘상저하고(上低下高)’의 패턴을 그릴 것이라는 박 장관의 발언과 정면 배치된다.
신제윤 차관도 “상반기가 저점이라는 논리는 유럽 재정위기 최고점인 3~4월을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얼마전 시티은행 팬디트 회장과 면담을 했는데 잘못하면 세계경제가 제로 퍼센트까지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며 “하반기 역시 (유럽문제가)시장에서 지속적으로 문제가 될 것이고 이란 제재 등 위험요인이 상존해 경기가 좋아진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최근 소비ㆍ투자 등 내수가 위축되는 조짐을 보이면서 하반기 경기하락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경제관료들이 지난해와 달리 하반기 우리경제를 낙관적이라고 장담 수 없다고 하는 것은 유럽 재정위기 확산이 금융부문에서 실물경제로 전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유럽 재정위기가 해결된다고 하더라도 오랜기간 동안 세계 경기가 저성장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고, 이는 국내 경제성장에 탄력성을 가져오기 힘들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의 OECD 경기선행지수가 전월대비 0.4% 하락하면서 2010년 1월 이후 24개월 연속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