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남원 바래봉 “흰눈이 녹기 전에 떠나요”

입력 2012-02-1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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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도 벌써 지났는데 아직도 한겨울 추위가 매섭다. 개학을 맞아 아이들의 아침 등교길이 활기찬데도 한파는 여전히 얇은 다리를 종종걸음치게 만든다. 봄을 기다리기 보다 겨울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면 봄방학을 이용해 겨울축제를 한껏 느끼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전라북도 남원시 운봉읍, 지리산 서쪽 끄트머리에 봉긋하게 솟은 바래봉은 4월 중순부터 한 달 간 최다 인파가 몰리는 국내 최대의 철쭉 군락지다. 그런데 최근 바래봉 일대가 겨울의 한복판에서 때아닌 대규모 손님맞이로 주목을 받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시작된 ‘제1회 지리산 남원 바래봉 눈꽃축제’1월 6일~2월 25일) 때문이다.

▲바래봉은 국내 최대 철쭉 군락지다. 4월 중순부터 한달여간 최다 인파가 몰린다. 경루 바래봉이 주목받은 것은 쵝느 일이다. 그래서 '따뜻한 남쪽나라' 쯤으로 여겨지지만 적설량이 많고 눈이 잘 녹지 않아 겨울산행에도 어울린다. 사진=운봉읍
눈의 고장 강원도라면 모를까, ‘따뜻한 남쪽 나라’ 남원에서 겨울축제라니? 언뜻 생뚱맞아 보이지만, 운봉읍의 독특한 지형을 알고 나면 아하! 고개가 끄덕여진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운봉읍은 평지가 아니라 해발 500미터 높이에 위치한 고원분지다. 1월 평균 적설량이 50~100cm에 이르는데다 한번 내린 눈은 여간해선 잘 녹지 않는다. 여기에 한겨울 영하의 매서운 추위가 더해지면 아름다운 설경을 감상하고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여건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축제의 무대는 바래봉 아랫동네인 운봉읍 용산리의 허브밸리 주변이다. 평소 700여 대의 차량을 수용하던 넓은 주차장 전체가 축제를 위해 눈썰매장과 얼음썰매장, 눈싸움장, 빙벽체험장, 식당 등으로 완벽히 변신을 마쳤다.

축제장에서 최고의 인기를 독차지하는 것은 역시 눈썰매장이다. 일렬로 앉아 출발을 기다리는 아이들의 표정엔 기대와 설렘이 가득하다. 출발 신호가 떨어지고, 알록달록 형형색색의 썰매들이 활주를 시작하자 여기저기서 즐거운 비명들이 터져 나온다. 슬로프에서 넘어지고 구를지언정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타고 또 타게 만드는 중독성이 눈썰매의 매력이다.

눈썰매장이 초중고생과 어른들 차지라면 얼음썰매장은 유아들과 초등학교 저학년생들이 꽉 잡고 있다. 부모들은 저마나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며 자녀에게 썰매 타는 법을 가르쳐 주느라 열심이다. 얼음판에서 팽이를 돌리는 재미도 꽤 쏠쏠하다. 나무로 만든 전통 팽이를 처음 본 아이는 마냥 신기하기만 하고, 젊은 아빠는 아이 앞에서 실력을 뽐내보고 싶지만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팽이치기에서 구겨진 체면을 살리기엔 연날리기가 제격이다. 얼레에 감긴 실을 풀었다 감았다 하는 동안 점점 높이, 점점 멀리 올라가는 연을 바라보는 아이들 입에선 ‘와~’하는 탄성이 이어진다.

눈으로 만든 조형물들 중에서는 이글루의 인기가 압도적이다. 둥근 지붕 위로 올라가 비료포대를 타고 내려오는 스릴은 눈썰매 저리가라다.

겨울 지리산의 아름다움을 본격적으로 만끽하려면 눈꽃이 곱게 피어난 등산로를 따라 정상까지 트레킹에 나서 볼 것. 2월 중 산악인 오은선 씨와 함께하는 눈꽃등반대회도 예정되어 있다.

좀 더 다이내믹한 겨울 레포츠를 체험하고 싶다면 빙벽등반에 도전해 보자. 얼음을 찍으며 올라갈 수 있도록 빙벽화에 아이젠을 장착하고, 일종의 안전벨트인 하네스를 허리에 찬 후 안전모까지 쓰고 나면 준비 끝. 피켈로 빙벽을 ‘탁’ 찍으면서 두 팔을 당기고, 아이젠으로 얼음을 찍으며 천천히 올라간다. 높이는 4미터에 불과하지만, 야무지게 얼려 놓은 새하얀 빙벽을 마주하고 한발 한발 오르노라면 ‘이 맛에 빙벽등반을 하는구나.’싶은 짜릿한 쾌감이 전해진다. 빙벽체험 프로그램은 축제 기간 중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에서 12시 사이에 지리산 북부 산악구조대가 운영한다.

축제장에는 각종 체험거리와 먹을거리도 풍성하다. 추억의 달고나 만들기와 허브피자 만들기는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다. 원하는 캐릭터를 골라 마커 펜으로 예쁘게 색칠하는 팬시우드 공예도 쉽고 재미있어 인기다. 색칠이 끝나면 줄을 끼워 휴대폰 고리로 만들어 준다.

잔칫집에 음식이 빠지면 서운한 일. 눈밭을 뒹구느라 허기진 속을 채우는 데는 닭육수로 맛을 낸 뜨끈한 떡국이 최고다. 떡볶이, 오뎅, 김밥은 오천만의 영원한 대표 간식, 입으로 호호 불어가며 까먹는 군고구마는 겨울날의 낭만을 한껏 살려준다.

축제장으로 탈바꿈한 주차장을 포함해 운봉읍 용산리 일대는 원래 대규모 허브농장이 들어서 있는 ‘지리산 허브밸리 단지’다. ‘춘향허브마을’로도 잘 알려진 용산리에는 허브식물원과 가공단지, 공원이 갖춰져 있고, 민박과 체험장도 이용할 수 있다. 지리산에 자생하는 1,450여 종의 식물 중 400여 점을 압화로 제작 전시 중인 지리산자생식물전시실은 생동감 넘치는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기 좋다.

광한루원과 춘향테마파크는 남원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들이다. 광한루원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통 누원. 광한루를 중심으로 영주(한라산), 봉래(금강산), 방장(지리산) 등 세 개의 삼신산이 있는 호수, 오작교, 춘향사당, 월매집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천천히 산책을 즐긴 후 그네타기와 투호놀이도 해 볼 수 있다. 매년 5월에는 춘향제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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