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와타나베 부인’이 있다면 한국에는 ‘김씨 부인’이 있다. 해외의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일본의 주부 외환투자자들을 지칭하는 ‘와타나베 부인’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재테크에 나서고 있는 국내 가정주부를 일컫는 ‘김씨 부인’들. 이들이 최근 증권가에서 거센 ‘치맛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와타나베 부인이 등장한 것은 일본의 10년 장기불황(1991~2002년)과 은행의 저금리를 배경으로하고 있다. 때문에 이들은 환차익을 이용한 투자방식, 즉 ‘FX 마진거래’를 주로 이용해왔다.
‘FX 마진거래’란 일정액의 증거금을 국내 선물회사나 중개업체에 맡겨두고 특정 해외통화의 변동성을 예측해 두 종류의 통화를 동시에 사고파는 방식의 외환선물거래를 말한다.
엔화 약세, 호주달러 강세가 예상이 되면 엔화를 팔고 호주달러를 매수해 차익을 누리는 식이다.
원금의 몇십배까지 거래가 가능한 FX마진거래는 일종의 환투기 성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일본 와타나베 부인의 경우 환변동 보다는 일본의 저금리를 활용해 이자율이 높은 국가에 투자하는 개념으로 주로 수익을 얻어왔다.
하지만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외화-외화FX거래로 환율변동성 예측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금리차도 거의 없어 대부분 환율의 일시적인 급변동에 의존한 초단타거래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일반 가정주부들이 FX마진거래에 나서기에는 위험이 너무 크다.
이에 한국의 김씨 부인들은 와타나베 부인과 달리 환거래보다는 해외주식투자에 주로 나서고 있다. 홍콩시장에 상장돼 있는 중국 주식과 미국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투자하고 있는 것.
예전에는 해외 주식이나 펀드를 사려면 증권사 직원을 거치고 투자금액 제한이 있는 등 절차가 까다로웠지만 요즘에는 HTS(홈트레이딩시스템)를 이용해 소액도 간편하게 투자할 수 있어 가정 주부들도 쉽게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물론 김씨 부인들도 외화 투자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와타나베 부인과는 달리 간접투자 방식을 선호한다. 딤섬 본드나 브라질, 인도 국채처럼 해당국 통화로 발행된 채권에 투자하고 있는 것. 또 DLS 등과 같은 파생상품을 이용하기도 하며 통화선물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주식처럼 사고팔기도 한다.
해외 부동산 투자에 나서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미국 집값이 하락하면서 강남 큰손 아줌마(?)들을 중심으로 미국 부동산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해외 부동산 투자에 나서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미국 집값이 하락하면서 강남 큰손 아줌마(?)들을 중심으로 미국 부동산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좋은 '학군'을 끼고 있는 지역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고 한다.
증권업계에서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김씨 부인’의 역할이 갈수록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해외 투자에 나서고 있는 여성고객들, 특히 주부 투자자들이 늘고 있으며 이들의 투자 실적도 남성투자자들 보다 나은 경우가 많다고 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해외주식의 경우 야간투자가 필요하고 세금 납부, 환전 등 절차가 복잡해 시간이 많은 여성투자자들이 늘고 있다”며 “와타나베 부인처럼 이들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활약할 날이 머지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