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거래소, 규정만 외칠 때인가

입력 2012-02-0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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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 매장량은 규정상 조회공시 대상이 아닙니다”

외교부 인사까지 가담해 국민을 상대로 주가조작을 벌인 CNK인터내셔널(이하CNK) 사건에 대한 거래소의 간단명료한 답변이다.

현재까지 피해를 입은 소액투자자가 1만3000여명. CNK의 오덕균 대표와 계열사 임원들이 챙긴 시세차익이 수백억에서 수십억원. 두 가지 사실만 보더라도 우리나라 주식거래 시장을 독점 관할하고 있는 거래소는 책임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또 지난 18일 증권선물위원회가 오덕균 CNK 대표이사 등을 검찰 고발한 이후 8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던 CNK 주가가 어제 9일만에 반등하며 여전히 개미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거래소는 조회공시 ‘규정’ 내세우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주가가 치솟은 핵심적인 이유는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권 획득’이라는 사실이 아니라 ‘다이아몬드 4억2000만 캐럿 추정 매장량’이다. 조회공시의 목적은 바로 이런 보도의 정확한 사실 여부를 투자자에 전달하는 데 있다.

하지만 거래소는 광산 매장량은 객관적인 사실이 아닌 추정 매장량이라며 조회공시를 요구하지 않았다. 추정 매장량이 바로 풍문이며 보도 내용임을 애써 무시하는 태도다. 또 조회공시가 오히려 시장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어 요구하지 않았다고 한다.

조회공시 제도의 실효성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규정’에 없으니 문제될 없다는 거래소의 입장에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거래소는 지난 1일 공공기관 해제에서 제외돼 글로벌 시장에서 도태될 위기에 처했다며 정부를 강력하게 규탄했다. 거래소 홈페이지에는 고객의 가치를 추구하는 자본시장의 파트너라고 명시돼있다.

‘규정’에 얽매여 공정한 거래와 투자자 보호 등 기본적인 임무를 수행하지 않으면서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족쇄를 풀어달라는 외침은 속삭임으로 들릴 뿐이다.

지금 거래소는 다른 어떤 사안보다 헛점투성인 제도개선과 시장관리자로서의 책임있는 자세에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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