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측근 비리 의혹들이 잇따라 터지면서 방송·통신업계가 얼어붙었다. 방통위 그늘 아래있는 규제산업인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5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최 위원장의 최측근인 전 방통위 정책보좌관 정용욱씨의 금품수수 혐의가 지난해 교육방송(EBS) 이사 선임 과정에서부터 이동통신 주파수경매제,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채널 배정까지 깊숙히 관여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황철증 전 통신정책국장 금품수수 사건에 이어 수사의 불똥이 관련 업계로 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현재 검찰은 김학인 한국방송예술진흥원 이사장으로부터의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한 수사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정 씨가 4년까이 최 위원장 울타리 안에서 방송·통신업계의 황태자로 군림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들업체로부터도 금품수수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이다.
◇최 위원장 發, 후폭풍 거셀 듯 = 방통위는 위원장을 포함해 5명의 위원들로 이뤄진 합의제 기구다. 그러나 2008년 출범 때부터 최 위원장이 줄 곧 수장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대통령과 독대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정권 실세로 꼽히면서 사실상 위원장을 중심으로 조직체계가 꾸려졌다. ‘최 위원장의 사조직처럼 움직이는 방통위’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온 이유다.
때문에 정 씨의 혐의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최 위원장 역시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사실 최 위원장은 방통위 출범과 함게 정식 보직에 없던 정책보좌역을 신설, 정 씨를 무리하게 영입하면서 뒷말이 많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연일 방통위가 즉각 해명자료를 통해 최 위원장이 억대 수뢰는 사실 무근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사조직처럼 움직였던 정부기관에서, 더욱이 현금의 유동성이 가장 많은 통신산업을 규제하면서 정ㆍ관계 로비 유혹을 쉽게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과 통신이 규제산업이라는 점과 최 위원장의 ‘양아들’이라고까지 불리며 수년간 대·내적으로 방통위 업무에 깊숙한 연을 맺고있던 점이 맞물리면서 업계에 적지않은 타격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케이블·통신사업자 일부 거론 돼 = 실제로 검찰은 정 씨가 케이블 텔레비전 채널 배정과 관련, 몇몇 SO로부터 골프 회원권을 포함해 수억원대 금품을 수수했다는 첩보를 입수해 사실 관계에 착수했다. 채널 배정은 시청률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SO들에겐 사활이 걸린 문제다.
SK텔레콤 역시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이동통신용 주파수 할당이 예고돼 있었던 지난해 5, 6월 사이 SK텔레콤과 방송위 사이에 금품이 오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지난해 8월 차세대 이동통신용 황금 주파수로 불리는 1.8GHz주파수를 9950억원에 낙찰받았다.
이에 SK텔레콤 관계자는 "주파수 할당이 처음으로 경매방식으로 결정되는 구조여서 가격경쟁을 통해 주파수를 확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낙찰 당시 언론에서 경매제 부작용을 언급할 정도로 낙찰금액이 높게 치솟았기 때문에 담당 공무원을 통해 주파수를 낙찰 받았다는 주장은 전혀 맞지 않는 내용"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최 원장은 측근 금품 수수 의혹이 확산되면서 급기야 오는 8일부터 예정된 해외출장까지 취소했다.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해마다 CES 행사에 참석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