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임진년(壬辰年) ‘흑룡의 해’가 밝았다. 10천간 중에서는 검은색을 의미하는 임(任)자와 12간지 중 용을 뜻하는 진(辰)이 결합해 ‘60년만의 흑룡해’가 찾아와 더욱 의미가 남다르다.
그래서일까. 국·내외에서 맹활약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골프 선수 중에는 용띠 선수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용의 해에 맞춰 2012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겠다며 남다른 각오를 다지는 골프선수들은 누가 있을까.
◇신흥 강자 김하늘...터닝포인트 신지애=김하늘(24·비씨카드)은 올 1인자 자리를 일찌감치 예약해 놨다. 김하늘에게 2011 시즌은 그야말로 최고의 해였다. 지난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상금왕과 다승왕은 물론 대상까지 거머쥐며 김하늘 전성시대를 열었다. 지난해 최고의 자리에 오르면 미국무대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한 김하늘은 KLPGA 상금왕 자격으로 올 시즌 에비앙 마스터스, 브리티시여자오픈 등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5~6개의 대회에 출전한다.
김하늘은 “미국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어서 2월 군입대를 앞둔 캐디 (박)상민이에게 해외 진출하는 경비 등 다 대주겠다고 설득하면서 입대를 미뤄달라고 부탁했다”며 “캐디가 영어도잘하고 워낙 호흡도 잘 맞아 미국에서도 좋은 소식을 들려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하늘은 미국무대에서 선전하는 것 보다 한국무대에서 진정한 1인자를 노린다. 그는 “미국 대회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오면 퀄리파잉스쿨을 거치지 않고 출전권을 얻을 수 있으니까 최선을 다하겠지만 올 시즌 목표는 KLPGA 4관왕(상금왕, 대상, 다승왕, 최저타수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오는 4일 호주로 전훈을 떠난다. 김하늘은 호주 골드 코스트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한달간 쇼트게임과 벙커샷·트러블샷 위주의 연습에 들어간다.
지난 시즌 신지애(24.미래에셋)의 승전보를 들을 수 없었다. 프로 데뷔 후 최악의 해를 보낸 그가 재도약을 위한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사실 부진은 당연한 수순이었는지도 모른다. 신지애는 지난해 모든 것을 바꿨다. 스윙 코치부터, 캐디에 시력 교정 수술까지 단기간에 너무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결국 허리부상까지 겹쳐 더욱 깊은 수렁으로 빠졌다.
신지애도 이부분은 인정했다. 그는 “시즌 초 의욕적으로 많은 걸 바꿨던 게 화를 불렀던 것 같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신지애는 지난해 LPGA투어 2회,유럽투어 1회,일본투어 1회 등 2위만 4회를 기록했다. 프로데뷔 후 한시즌 동안 우승기록이 없던 적은 처음이다. 결국 2010년 16주간 수성해 온 세계 랭킹 1위 자리를 청야니(대만)에게 내줬다. 신지애는 현재 세계여자골프랭킹 7위에 올라있다.
신지애는 좌절하지 않았다.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용의해를 맞아 더 높이 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과 CMW그룹 타이틀홀더스에 불참하고 일찌감치 LPGA 투어 시즌을 마무리했다. 그는 지난달 28일 미국 팜스프링으로 건너가 스윙 교정, 샷 점검및 체력 훈련 등 힘을 쏟고 있다.
신지애는 “전에는 늘 긍정적으로 생각해 좋은 성적을 많이 거두었지만 우승을 하지 못하다보니 자꾸 마음이 약해진 것이 사실”이라며 “이제 마음을 다시 잡아 훈련도 열심히 하고 정신력 강화를 위해 틈나는 대로 책을 읽고 있다”고 말했다. 전성기 때의 신지애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있을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아직 죽지 않았어! 독기 품은 男女강자들=2010년 KLPGA투어 4관왕의 주인공 이보미(23·하이마트)도 용띠 선수중 한명이다. 이보미 역시 지난해는 잘 풀리지 않았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경기를 하느라 체력안배에 실패했고 정신력도 약해졌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두 마리 토끼를 놓친 셈이다. 일본 상금랭킹 40위, 한국에선 20위에 그쳤다.
그래서 이보미는 2012 시즌에는 일본투어에만 전념한다. 한우물만 파겠다는 것. 그는 “지난해 한국와 일본을 오가며 많은 대회에 출전해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올해에는 국내 대회 4개 정도만 출전하고 일본 투어에 전념할 생각이다”고 설명하며 임진년 해를 자신의 해로 만들겠다는 각오다.
이보미와 마찬가지로 2010년 한국프로골프(KPGA) 상금왕을 거머줬던 김대현(22·하이트·사진)도 지난시즌 아쉬운 성적을 뒤로한 채 이번시즌 강자로 급부상을 위한 독기를 품었다. 지난해 김대현의 성적은 기대 이하이긴 마찬가지. 우승은 커녕 상금왕 타이틀도 김경태(25·신한금융그룹)에게 넘겨줬다. 설상가상 미국프로골프(PGA) 퀄리파잉스쿨 1차 예선마저 탈락했다.
맘을 다잡고 2012년 용의 해에 여의주를 물고 승천할 기세다. 김대현은 하루에 1000개 이상 볼을 때리며 10시간 넘게 연습을 하고 있다. 김대현은 “지난 시즌 정신적으로 많이 해이해 져 부진했던 것 같다. 이제 멘탈 트레이너와 함께 전문적으로 정신력 훈련을 할 계획”이라며 “생각이 많아지면서 스윙 역시 변해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었는데, 내 스타일을 찾기 위해 연습량을 2배로 늘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올해가 용의해라 내게 의미가 더욱 남다르다. 승천하는 용처럼 나도 상승세를 이어나가 이번 시즌에 상금왕과 대상을 노리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김인경, 김송희, 조민규...해외에서 반드시 낭보를 울리고 말겠다=한국이 아닌 타지에서 힘든 투어생활을 하는 용띠 선수들도 우승의 칼을 갈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해외 진출 선수로는 김송희(24·하이트) 김인경(24·하나금융그룹), 조민규(24·투어스테이지) 등이다.
김송희는 2007년에 LPGA에 데뷔해 그동안 100개가 훨씬 넘는 대회에 출전했지만 아직까지 우승 소식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부진에 빠진 것도 아니다. 그는 LPGA에서 현재까지 2위만 6번 차지했다.
2009년과 2010년, 48개 대회에 출전해 10위 안에 28번이나 들 정도로 꾸준히 정상급 실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좀처럼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1승이 더욱 간절하다.
김인경 역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1승씩을 거뒀지만 올해는 우승이 없다. 결국 올 시즌 부진으로 세계여자골프랭킹에서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가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 2위에 오르며 현재 세계랭킹 8위에 자리했다.
‘무명’ 조민규가 일본골프투어(JGTO)에서 55개 대회 도전 끝에 생애 ‘첫 승’을 이루며 2012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 가능성을 봤다.
조민규는 지난 2007년 일본에서 먼저 프로 데뷔를 했다. 조민규는 2007년과 2008년 JGTO 조건부 출전시드를 받았으나 주목받지 못했다. 2009년 말 세번째로 JGTO 퀄리파잉토너먼트에 응시해 공동 21위의 성적으로 2010년부터 투어 정식멤버로 활약하다 지난 마침내 지난해 8월 ‘첫 승’ 신고식을 했다. 조민규가 김경태(26·신한금융그룹), 배상문(26·우리투자증권)를 이어 나갈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