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본시장 M&A 회오리…금융영토 확장으로 정면돌파
증시 개설·IT시스템 현대화 등…중동남亞 시장 이미 선점
글로벌 증시에도 한류 열풍이 불고 있다. 한국거래소(KRX)가 그 중심에 서 있다.
캄보디아, 베트남, 라오스, 말레이시아, 우즈베키스탄 등 ‘아시아 시장’을 석권한 한국거래소가 이제 아시아를 넘어 동유럽, 아프리카로까지 발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한국거래소는 단순한 기술 전달이 아닌 한국형 증권시장 인프라를 해외에 보급하며 금융 한류를 선도하고 있다.
또 해외진출 과정에서 IT시스템 수출을 통해 직접적인 수입 확보 및 수익구조 다각화에도 나서고 있다는 평가다.
◇"중앙아시아 넘어 동유럽까지"
현재 글로벌 자본시장은 미국 뉴욕거래소와 유럽 유로넥스트 간 합병, 미국 나스닥과 북유럽 통합거래소인 OMX의 합병, 싱가포르거래소의 호주거래소 인수 등 경쟁이 매우 치열해진 상황이다.
이에 업계 안팎에서 생존을 고민해야할 정도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이같은 위기상황을 정면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적극적인 해외진출을 통한‘금융영토’확장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겠다는 것.
이를 위해 한국거래소는 지난 2006년 말레이시아거래소의 채권 매매 및 감리시스템 제공을 시작으로 적극적인 해외진출에 나서고 있다.
최근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지난 8월 우즈베키스탄 증권시장 현대화 프로젝트를 위해 정보기술(IT)시스템을 수출 계약을 맺은 것이다.
이 계약을 통해 한국거래소는 매매체결, 청산결제, 시장정보, 시장감시, 브로커 시스템(주문전달) 등 우즈베키스탄 증시에 필요한 일체의 IT시스템을 제공하기로 했으면 현재 분야별 세부 개선 및 IT 개발 범위를 협의 중에 있다.
그 대가로 한국거래소는 우즈베키스탄 거래소 지분을 취득하고, 우즈베키스탄측의 요청에 따라 우즈베키스탄 거래소 운영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한국거래소는 중앙아시아의 최대 자원부국인 카자흐스탄의 증권시장 현대화 프로젝트에 컨설팅 서비스 제공을 위한 MoU를 카자흐스탄 거래소와 체결하기도 했다.
거래소는 현재 카자흐스탄 거래소와 증시 현대화 컨설팅 작업을 진행 중이다.
◇신흥시장 지원에도 적극
“앞으로 동남아 외에도 중앙아시아와 동유럽, 아프리카와 중남미에 이르는 세계 30여개국 이머징 마켓에 한국형 증시 모델을 이식하는 ‘KRX 로드(Road)’를 개척하는 글로벌 비전을 실현하고자 한다”
올해 초 김봉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밝힌 포부다. 김 이사장의 포부는 현실이 돼가고 있다. 앞서 밝힌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지역으로의 진출로 지금까지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추진되던 한국거래소의 증시 인프라 수출사업 대상 지역이 중앙아시아와 동유럽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거래소 한 관계자는 "우즈베키스탄 수출에 성공하면서 카자흐스탄 등 인접 국가들에도 수출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앞으로 중앙아시아와 유럽 뿐만 아니라 남미 증권시장을 포함하는 지역적 다각화를 통해 세계금융시장의 중심지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소가 증시 IT시스템 수출과 함께 집중하고 있는 것은 신흥국 증시 개설 지원이다. 아직 증권시장이 없는 신흥시장에 대한 증시 설립 지원은 한국형 증권시장의 보급을 통한 한국 금융회사의 현지 진출 및 한국 증시 IT시스템 수출 기반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아시아 신흥시장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신흥 시장에 대한 선점은 매우 중요하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올초 라오스 증권거래소를 개장했다. 한국거래소와 합작거래소로 출범한 라오스 증권거래소는 라오스 중앙은행이 토지와 건물 등을 출자해 51%의 지분을, 한국거래소는 IT시스템과 교육 출자를 통해 49%의 지분을 갖게된다.
한국거래소는 라오스 증권거래소 개설을 위해 2008년부터 전문인력 양성교육과 관련 제도 입안을 자문하는 등 합작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향후 라오스 국영기업의 한국증시 상장유치 활동도 병행해나갈 방침이다.
앞서 한국거래소는 지난 2009년 3월 캄보디아 재정경제부와 증권거래소 설립 및 공동운영을 위한 합작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현재 캄보디아 합작거래소 설립등기를 마친 상태로 올해 중 IT시스템 이전 설치 후 캄보디아 정부와의 협의를 거쳐 내년 초 정식 개장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말레이시아거래소에는 증권시장의 핵심인프라인 한국형 IT시스템을 보급하고 있다. 마켓메이커 감시시스템, 이슬람상품 매매시스템 등 4개 시스템을 수출한 상태며 파생상품 청산결제시스템에 대해서도 지난해 11월 수주계약을 체결했다.
베트남 증시에는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위한 국제 입찰에도 참가해 한국거래소가 최종 수주를 확정하고 현재 호치민거래소, 하노이거래소, 베트남예탁기구 등 베트남 수요 기관간 개발범위 의견 조율 중이다.
◇“2015년 세계 10위권 거래소로 도약”
거래소는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통해 오는 2015년 세계 10위권 거래소로 도약하고 2020년에는 세계 톱5 거래소로서의 위상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한국거래소는 지속적인 협력관계 및 파트너쉽 강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IT산업의 특성상 발생하게 되는 지속적인 추가 수요에 대한 효과적인 관리를 통해 단순한 협력관계를 넘어선 전략적 파트너쉽으로의 발전과 추가 사업기회 모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말레이시아의 경우 기수출한 이슬람금융시스템을 통해 대이슬람권 진출 확산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미얀마(증시개설), 네팔 및 벨라루스(증시현대화) 등 신규 사업 개척을 위해서도 현지 정부 등과 적극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