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작가는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내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 시짓기를 시작했다” 고 밝혔다. 말을 하는 것이 어려워 글쓰기를 택한 그는 몇 권 분량의 책에 자신의 생각을 담기 시작하면서 후천적으로 말문이 트였다. 현재는 일상적인 대화를 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을 정도다. 최 작가는 “(읽어)봤을 때는 글도 시도 아닌 습작 정도였지만 당시 썼던 것이 작품 활동의 밑바탕이 됐다” 고 회상했다.
그런 그가 시인으로 첫 발을 내딛은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한 시인이 최 작가가 쓴 작품들을 보고 공모전에 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유를 한 것. 최 작가는 난생 처음으로 공모전에 낸 ‘창문’으로 제3회 곰두리 문학상 가작에 당선됐다. 그는 “이제부터는 이게 내 길이구나 했다”라고 소회를 털어놨다.‘얼룩진 창문에 새벽 비는 언제나 그렇듯 영롱한 아침무늬가 돼 버린다’ 로 첫 행을 시작하는 시는 최 작가가 으뜸으로 꼽는 작품이다.
그는 “비가 오던 날 새벽 내 방의 창문을 통해 밖을 보니 꼭 내 마음 같았다” 고 말했다. 최 작가는 당시 본인에 대한 부담감을 느낄까봐 연인을 떠나보내 가슴이 아팠다. 그는 “그 이후로 가끔 전화가 왔는데 옛날 감정이 생각나게 될까봐 받지 않았다. 지금은 그냥 친구 정도 되겠지” 라고 덧붙였다.
최 작가는 거동이 불편해 휠체어를 타고 다니지만 외부 활동에 열심이다. 그는 장애인 봉사단체인 초록회 내에 소속된 시인들과 함께 ‘글마을’이란 모임에서 시작(詩作)과 관련된 토론·이론 수업을 병행하고 있다. 지난달 24일에는 서울 노원구 중계동 노원문화예술회관서 시 낭송회를 갖기도 했다. 이렇게 그가 바깥 활동에 열심인 이유는 장애인도 사회구성원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최 작가는 “사회인으로서 나를 책임질 줄 알아야한다” 며 장애인들에게 당부했다. 황동규·윤동주 시인을 존경하는 그는 “지금까지는 내 마음을 표현하는 글을 많이 썼는데 앞으로는 남의 마음을 이해하는 글, 고마워할 줄 아는 글을 쓰고 싶다” 고 포부를 밝혔다. 아울러 기회가 된다면 글쓰기 교육에도 도전할 뜻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