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금융권과 팬택에 따르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다음 주 중 동의서를 돌려 팬택을 워크아웃에서 졸업시키기로 합의했다. 박병엽 없는 팬택은 존재하기 힘들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득실을 저울질 하던 채권단들이 중지를 모으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에 앞서 팬택 박병엽 부회장은 지난 6일 오후 기자회견을 소집하고 자진 사퇴를 전격 선언했다. 워크아웃 종료기한(12월 31일)를 불과 20여일 앞둔 시점에서 불거진 사임소식에 전자업계는 물론 금융권도 술렁였다. 20년 간 팬택맨으로 외길인생을 걸어온 박 부회장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 부회장은 “지난 5년 반을 휴일없이 일하다보니 개인적으로 많이 피로하다”체력적으로도 감당이 불가능한 상태여서 올해말을 끝으로 회사를 떠나서 휴식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건강상의 이유를 들었지만 사실상 그의 사퇴결심은 팬택을 살리기 위한 길에 대한 깊은 고심에서 나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날 박 부회장은 그 무엇보다도 회사의 회생이 중요하다는 평소의 소신을 거듭 확인했다.
그는 채권단이 자신에게 부여한 발행주식 10%에 해당하는 932억원 상당의 스톡옵션 포기도 불사했다. 박 부회장은 내년 3월까지 근무해야 스톱옵션을 받을 수 있지만 내년까지 기다려서는 답이 나올 것 같지 않았기 때문에 사퇴라는 초강수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박 부회장은 “경영자로서 나름 최상의 성적을 내왔기 때문에 채권단 결정에 따라 연내 워크아웃 졸업이 결정될 것으로 본다”면서“일대전기를 마련할 수 있는 시기가 왔기 때문에 빨리 (워크아웃을) 해야만이 회사가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채권단의 동의절차가 마무리되면 연내 팬택의 워크아웃 졸업은 무난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고있다. 일반적으로 채권단의 동의만 이끌어 내면 워크아웃을 마무리 하는 데는 15일이면 충분하다.
박 부회장의 퇴진카드가 먹히자 업계에서는 사퇴번복도 가능한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가 연말까지 자리를 지키는 동안 워크아웃이 마무리되면 자연스럽게 경영복귀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다.
이런 분위기에 대해 팬택측은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자칫하다가는 오너쉽을 가진 경영책임자가 채권단 압박을 위해 사퇴를 이용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팬택 고위관계자는 “(박 부회장 사퇴결정 이후) 상황이 좋게 흘러가고 있는 것은 감지하고 있으나 사퇴이유가 꼭 채권단과의 문제 때문 만은 아니기 때문에 지금 뭐라고 말하긴 어렵다”면서도 “연말까지 시간이 남았기 때문에 상황은 또 변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재 박병엽 부회장은 평소처럼 업무를 보고 있으며 지난 6일 소집된 비상대책위원회는 연말까지 박 부회장의 업무를 보조하는 형태로 운영될 계획이다. 직원들도 갑작스런 소식에 당황해 하긴 했지만 큰 동요없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팬택의 한 직원은 “부회장님이 우리를 버리고 허망하게 떠날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잠시 휴식을 갖는 것 뿐 곧 경영일선에 복귀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