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는 투자자-국가간소송제도(ISD)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정 초안부터 이미 포함돼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 내용이 확인됨에 따라 야당과 시민단체 등이 내세우는 명분이 다소 힘을 잃게 된 셈이다.
9일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는 “야당과 시민단체가 한·미 FTA 반대 명분으로 내세우는 ISD는 FTA 협상이 시작된 2006년 우리나라와 미국 모두 제도의 필요성에 공감해 각각의 협정 초안부터 삽입돼있었다”고 9일 밝혔다.
외교부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 정부가 ISD를 초안에 넣은 것은 한국이 체결한 모든 FTA와 한·일 투자보장협정(BIT) 등 대부분의 투자보장협정에 ISD를 담았고 1998년 스크린쿼터 문제로 중단된 한·미 BIT에서도 양측의 합의사항이었기 때문이다.
또 한·미 FTA 협상에서 ISD를 제외할 경우 한·아세안 FTA 협상에서 이 제도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아세안 국가들을 설득하기 어렵게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후 다른 협상에서도 우리 투자자에 대한 보호장치를 도입하기 어렵게 될 우려도 있다.
이 같은 내용은 당시 민주당의 보고서에도 언급돼 있다. 지난 2007년 7월 민주당이 펴낸 펴낸 ‘한·미 FTA 협상결과 평가보고서’에서는 “ISD에 대한 시각차이가 정부 부처간에도 많았다는 일부 시민단체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쓰여 있다.
보고서에는 “달리 한·미 FTA 투자협정에 ISD 절차를 포함하는 것은 협상준비단계에서부터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정부가 분과별 협의 및 서면의견 수렴시 법무부, 건설교통부 등 관계 부처에서 ISD를 제외할 것을 제의한 바 없다”는 내용이 확인된다.
또 민주당의 보고서는 “이 제도로 우리 정부가 투자자에게 제소당할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외국인 투자 확대 및 해외진출 우리 투자기업 등의 보호를 위해 필요한 제도임을 감안할 때 채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대해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당시 한·미 두 나라가 ISD 제도를 초안에 넣은 것은 이 제도가 안전한 상호 투자를 위한 기본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라며 “FTA 반대세력은 마치 미국이 이 제도를 악용하기 위해 강요한 것처럼 호도하는데 이는 사실과 명백히 다르다”고 말했다.
오히려 국회 비준 과정의 핵심쟁점이 되고 있는 현재의 ISD는 협상과정에서 2004년 미국이 제정한 모델투자협정보다 우리나라에 유리하도록 조항들이 많이 만들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한·미 FTA 협정문에는 간접수용의 예외 범위에 보건, 안전, 환경 외에 ‘부동산가격안정화 정책’이 신설됐고 과세조치 수용 제외, 외국환거래 단기 세이프가드 조항 신설, 의장중재인의 제3국인 임명 등이 미국이 맺은 다른 나라와의 협정과 다른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