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최대쟁점인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의 왜곡된 사실이 비준안 처리를 가로막고 있다.
ISD는 외국에 투자한 기업이 현지 정부로 부터 불이익을 받을 때 국제기구 중재로 분쟁을 해결하는 제도다. 이를 두고 야권은 ‘독소조항’, ‘을사늑약’이라며 진실을 호도하고, 근거 없는 내용들은 인터넷을 떠돌고 있다. 이른바 ‘ISD 괴담’이다. 그 어떤 나라도 FTA에 ISD 조항을 넣지 않으며, ISD 중재가 국내 법정에서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미국의 투자자들만이 유리하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그러나 이는 ‘반미’ 감정을 자극해 이득을 보려는 세력의 근거 없는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 실제 미국이 아닌 타국과 맺은 FTA만 봐도 그렇다. 한국이 칠레·싱가포르 등과 맺은 FTA 6개와 일본·중국 등을 상대로 맺은 81개 투자협정에 이미 ISD 조항이 있다. 한·EU FTA에는 ISD가 없지만 EU 27개 회원국 가운데 22개국과 ISD와 비슷한 투자보호협정(BIT)이 있다. 미국 역시 FTA를 맺은 11개국 중 9곳에 ISD조항을 포함시켰다.
분쟁이 발생하면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가 중재한다는 이유로 분쟁시 미국이 유리하다는 주장도 사실과 거리가 멀다. 미국 투자자들이 그동안 ICSID에서 37번의 중재에서 15승 22패를 기록한 통계가 이를 증명한다.
특히 한미 FTA가 체결된 노무현 정부 당시 일했던 실무자들 마저도 야권의 주장에 기가 찬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런 편견과 정치적 계산은 냉엄한 국제경쟁 속에서 우리와 우리 미래 세대의 생존을 보장해 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김 본부장은 한미 FTA 추진이 발표된 2006년 2월부터 5년 9개월 간 한미 FTA 실무협상을 주도한 인물로, FTA에 관한한 그 누구보다 잘 안다.
한국은 해외 의존도가 매우 높은 나라다. 무역으로 먹고 살기 때문이다. 그런 한국 내에서 ISD 때문에 FTA를 못 하겠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 자체가 어쩌면 국제사회의 웃음거리가 될지 모른다.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무엇이 우리 기업을 살리고, 경제를 살리고, 나라를 살리는 길인지 되돌아 볼 때다. 벌써 한미 FTA가 표류한 지 4년여다. FTA로 인해 피해가 우려되는 업종에 대한 피해 지원책은 다 마련됐고 이제는 국회의 비준안 통과만 남았다. 더 이상 ISD를 빌미로 FTA의 발목을 잡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