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제약사 GSK(글락소스미스클라인)가 복제약 출시를 막은 혐의로 거래위원회의 과징금 처분을 내린데 대해 “항소하겠다”며 즉각 반박에 나서 향후 추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3일 항구토제인 신약 조프란의 특허권을 가진 GSK가 특허권을 남용해 복제약 제조사인 동아제약과 담합한 사실을 적발해 GSK에 30억4900만원, 동아제약에 21억24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GSK는 이미 출시된 동아제약의 복제약을 시장에서 철수하고 향후 경쟁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동아제약에게 신약 판매권을 주는 등 담합했다가 적발됐다. 이번 건은 신약특허권자인 다국적제약사가 국내 복제약사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해 복제약을 차단하는 행위인 이른바 ‘역지불 합의’에 대한 공정위의 첫 제재 사례다.
이와 관련 GSK는 같은날 “동아제약과 조프란과 발트렉스의 라이센싱 계약을 체결하면서 특허권의 정당한 행사를 했으며 역지불 합의를 포함한 어떠한 위법 행위도 한 적이 없다”며 반박했다.
GSK 관계자는 “조프란과 발트렉스의 계약은 동아제약이 당시 발매한 복제약의 철수에 대한 대가성이 아니므로 ‘역지불 합의’가 성립 될 수 없다”며“막대한 과징금을 부과한 공정위의 조치는 적절치 않은 처사”라고 주장했다.
더구나 당시 한국 특허법상 동아제약의 ‘온다론’은 GSK가 보유한 온단세트론 제제의 특허를 침해한 복제약으로 합의가 없었더라도 시장에서 퇴출됐을 거라는 게 GSK측 주장이다.
특히 이번 사안은 ‘무리수’를 둔 공정위의 지나친 압박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GSK는 “해당 계약은 2000년에 맺어진 것으로 2005년 이후 새로운 별도 계약을 체결했으며 11년이 지난 현재 시점에서 시효가 만료되었음에도 공정위가 무리하게 소급적용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정위의 심결에 불복해 법원에 항소할 것”이라며 “이번 심결은 지적 재산권 검토에 필수적인 특허법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공정거래법을 무리하게 적용했기에 향후 법원에서 GSK의 입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동아제약도 이에 대해 “복제약 출시 금지 조건이 아닌 적법한 절차를 거쳐 판매 및 공급 계약을 체결한 사안”이라며 GSK와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값싼 복제약의 출시를 막아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전가했다는 점에서 이번 담합건을 둘러싼 비난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신약 조프란에 비해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던 복제약 온다론이 담합에 의해 시장에서 퇴출됨에 따라 환자의 약값 부담은 물론, 건강보험 재정 악화를 가중시켰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특히 최근 약가인하, 한미 FTA등으로 다국적 제약사의 국내 시장 잠식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1위 제약사와의 불공정 거래를 함으로써 신약 제품의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더욱 곱지않은 시선도 예상된다. 최근 국내 제약사들이 공동마케팅을 통해 다국적제약사로부터 도입한 품목을 판매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다국적사의 도매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한편 공정위는 제약사의 역지불 합의에 대해 지속적으로 감시를 강화하고 위법 행위 적발시 엄중히 제재한다는 방침이어서 리베이트 단속에 이어 제약업계를 향한 사정의 칼날은 더욱 날카로워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