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제약과 다국적제약사 글락소 스미스클라인(GSK)이 짬짜미를 통해 저렴한 항구토제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항구토제는 항암치료 시 종종 나타나는 부작용인 구토증세를 완화하기 암환자들이 주로 복용하는 약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3일 GSK와 동아제약의 이 같은 담합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51억73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번 담합은 GSK가 독점하고 있던 항구토제 시장에 동아제약이 더 저렴한 복제약을 출시하면서 시작됐다.
동아제약은 지난 1998년 GSK가 독점적으로 생산하는 항구토제 ‘조프란’과는 다른 제법특허를 개발, 특허를 취득한 후 더 저렴한 복제약 ‘온다론’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1999년 기준 온다론 가격은 8900원으로 조프란 1만1687원 대비 24% 저렴했다. 이에 따라 GSK는 치열한 경쟁상황을 예견하고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양사는 특허분쟁을 종료하고 1999년 의향서를 통해 짬짜미를 하기에 이른다. 우선 동아제약은 출시한 온다론을 철수하고 향후 항구토제 및 항바이러스 시장에서 GSK와 경쟁하지 않기로 한다. 이에 대한 대가로 GSK는 동아제약에게 조프란 판매권 계약, 신약인 발트렉스 독점 판매권을 부여 등 이례적 수준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합의한다. 당시 국내 제약사는 자체 보유 신약이 없어 다국적 제약사의 신약판매권을 부여 받는 것은 매우 큰 경제적 이익을 의미했다.
특히 GSK는 동아제약이 조프란 목표 판매량의 80%만 달성해도 2년간 매출액의 25% 및 3년째에는 매출액의 7% 지급, 발트렉스의 경우 판매량과 관계없이 5년간 매년 1억원씩 지급하는 이례적 수준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공정위는 경제분석 결과 GSK와 동아제약의 합의로 GSK가 올린 부당 매출은 160억원에 달했으며 소비자는 저렴한 복제약 대신 고가의 신약을 구입할 수밖에 없는 피해를 입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복제약인 온다론의 철수 후 하락하던 조프란 가격은 계속 유지됐다.
공정위는 이번 담합은 신약특허권자와 복제약사가 특허분쟁을 취하하고 경쟁하지 않기로 하는 대신 신약사가 복제약사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역지불합의’에 공정거래법을 처음으로 적용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역지불합의는 특허분쟁 중 화해에 이른 경우 일반적으로 복제약사가 신약사에게 합의금을 지불하는 것과 반대로 신약사가 복제약사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여 합의하므로 역지불합의라 불린다.
공정위는 이어 “앞으로도 신약·복제약사 간의 부당한 합의를 비롯한 지식재산권 남용행위에 대해 지속적으로 감시를 강화하고 위법행위 적발 시 엄중 제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