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들은 대저택에 살고 고급 외제승용차를 타면서 승마, 골프, 요트와 같은 대중이 쉽게 접하기 힘든 취미생활을 한다.
대중들은 드라마에 비춰진 부자들의 삶을 부러워하지만, 현실세계에서 부자들의 사생활이 그렇다는 소식에는 질투와 함께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부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이중적인 이유는 ‘돈이면 다 된다’는 식의 천민자본주의가 한국 현대사에 팽배했었고, 소위 가진 자들이 더 큰 부를 얻기 위해 많은 비리를 저지른 사실이 있었기 때문이다.
◇ 부의 축적 정당했나= 우리 사회가 부자들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유는 뭘까.
우선 부자들의 재산축적이 정당하지 못한 방법을 사용했다는 대중들의 고정관념이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사례가 과거 외환위기 당시 사회현상으로 나타났던 ‘오렌지족’이다. 그들은 부모를 잘 만난 덕에 어린 나이에 고급 장신구에 외제차를 몰고 다니면서 각종 사회문제를 야기했다.
외환위기로 전국민이 어려웠던 시기였기 때문에 그들의 행동은 더욱 지탄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부자들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더욱 싸늘해 질 수 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대중들은 부자들이 올바른 방식으로 부를 축적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부자들의 재산축적을 투기와 같은 개념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본지 창간기념 설문조사에서도 ‘부자들이 부를 축적하는 과정이 정당했는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59.8%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국민들의 의식이 이렇다보니 대중의 부자에 대한 존경심은 높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한길리서치연구소 조사결과에 따르면 부자를 존경한다는 응답비율이 22.1%에 그쳐 아직 한국사회에서 부자에 대한 반감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홍형식 연구소장은 “부자들은 부를 축적할 때 일반인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투기적 방식’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부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여전히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재벌들이 비자금을 조성해 세금을 탈루하고, 재벌 총수의 2세들을 위해 그룹 계열사들이 동원되는 모습들은 존경받는 부자가 탄생하는 시대가 아직 멀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또 부자가 되기 어려운 현실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도 부자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로 꼽힌다.
학계에서는 상대적 박탈감이 성취감보다 더욱 크다고 설명한다. 부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이런 상대적 박탈감도 상당부분 작용한다는 것이다.
국민 10명 가운데 6명이 부자가 될 꿈을 접었다는 한 여론조사결과를 감안하면, 부자들에 대한 대중의 부정적 시선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기부확대가 올바른 ‘부’의 정립 첩경= 자본주의의 선진국으로 불리는 미국에서도 과거에는 부자들에 대한 시선은 곱지 못했다.
19세기 후반 미국의 신흥 부자들도 노동착취를 통해 부를 축적하면서 ‘강도족’이라 불렸다. 기부의 대명사로 불렸던 철강왕 카네기나 석유재벌 데이비드 록펠러도 당시에는 대중의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비난을 받았던 미국의 부자들이 오늘날 존경받는 기업인으로 평가되는 이유는 그들의 재산 중 상당부분을 사회에 환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사회의 기부문화는 아직 미진한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연간 민간기부액은 국내총생산(GDP)의 0.2%에 불과, 2%대인 미국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영국자선구호재단과 갤럽이 조사한 세계기부지수에서도 한국은 아프리카의 탄자니아와 비슷한 세계 81위(조사대상국가 153개국)에 머물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부자들은 사회적 공헌도가 떨어진다”며 “부의 축적은 개인 능력이지만 축적과정에서 사회의 도움을 받은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
연예인이나 재벌총수 등 유명인사들이 앞장서면서 기부문화 확산이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부의 사회환원은 요원하기만 하다.
최근 미국과 프랑스의 부자들이 국가위기 타개를 위해 세금을 더 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모습은 우리나라 부자들이 한 번쯤 돌아봐야 할 모습 임에는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