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약세로 고민해온 일본 기업들이 이번엔 유로 약세로 인한 환차손을 줄이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다.
기업들은 해외 생산을 확대하거나 제품 가격을 인상하는 등의 방법으로 환차손을 돌파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 동안은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로 가격 인상은 엄두도 못 냈지만 비용 절감만 갖고는 도저히 달러와 유로에 대한 엔고 충격을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후지필름은 사무기기 등 주요 제품의 가격을 올리기로 했다.
회사는 내년 3월 끝나는 2011 회계연도에 엔고 여파로 영업이익 40억엔이 감소할 전망이어서 일부를 가격 인상으로 상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건설 중장비 업체인 고마쓰도 급격한 엔고에 대응해 해외에서 장비와 부품 가격을 2~3% 인상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은 해외 생산 확대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잉크 제조업체인 DIC는 오는 2013년 친환경차의 부품에 쓰이는 고기능 수지 공장을 오스트리아에 신설해 전체 생산력을 20% 늘리기로 했다.
지난 달 벨기에 화학업체를 인수한 DIC는 이를 계기로 유럽 시장 점유율을 한층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재무 전략을 다각화하는 기업도 있다.
세이코엡손은 그룹이 갖고 있는 외화를 엔화로 바꿔 일본으로 들여와 환율 리스크를 줄인다는 방침이다.
지난 5년간 세이코엡손 해외 자회사의 외화 자금은 엔고로 800억엔 감소했다.
상선미쓰이는 달러 기준 채권과 채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달러 차입을 늘리기로 하고 검토에 들어갔다.
일본 기업들이 이처럼 환율 정책을 서두르는 것은 2011 회계 상반기(4~9월)가 끝나면서 재무상태 점검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엔고로 인한 환차손이 실적까지 악화시킬 것을 우려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이미 예상 환율을 수정하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환율 영향이 큰 자동차 업계에서는 혼다가 하반기 달러·엔의 예상 환율을 종전의 80엔에서 76엔대로 수정하는 방향으로 검토에 들어갔다.
미쓰비시자동차는 유로·엔을 기존 113엔에서 102~103엔으로 수정했다. 유로존의 재정 위기로 유로 가치가 급락하면서 유로에 대한 예상 환율을 수정한 것이다.
소니는 달러 대비 엔고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체제를 정돈했지만 엔화가 유로당 1엔 오르면 60억엔의 이익을 감소시킨다.
소니는 하반기 예상 환율을 유로당 115엔에서 100엔대로 수정할 전망이다.
히라이 가즈오 소니 부사장은 “유로화 약세가 달러 약세보다 소니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일본 정부는 엔고를 저지하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