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 원작자 공지영이 신고를 받고도 수사를 4개월동안 미뤘던 담당형사와의 대화에 누리꾼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공지영은 10월5일 트위터를 통해 자신을 '도가니' 담당형사라고 밝힌 한 트위터리안에게 "소설 혹은 영화 때문에 고초를 당하셨다고 들었다. 교육청과 시청의 미루기 행태는 취재하였지만 경찰은 내가 만든 인물이다. 피해가 있다면 죄송하다"고 글을 남겼다.
이어 공지영은 "다만 신고를 받고도 왜 4개월이나 수사를 시작하지 않았는지를 밝히지 않으신다면 경찰분들도 더는 할말이 없으실거다"고 일침을 가했다.
앞서 '도가니' 담당형사였다고 밝힌 이 트위터리안은 장문의 글을 통해 실제 사건 수사 당시의 이야기를 밝혔다.
그는 "어느덧 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고, 그 사건 이후 내 기억 속에 서서히 사라져 갔던 그 애들을 기억하기 위해 당시 사건을 같이 수사했던 선배 형사와 함께 영화관을 찾았다"며 "6년전 광주 인화학교에 다니던 여학생들에게 피해내용을 확인하면서 세상에서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고 생각했다. 경찰관으로 재직하면서 여러가지 사건을 접해보았지만 그 사건은 세상의 모든 단어를 사용 하더라도 제대로 표현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피해 학생과 의사소통이 원활히 되지 않아 수화통역사를 통해 피해내용을 확인하는 과정에 서로의 의사전달이 어려운 점은 있었으나 손가락의 움직임이나 얼굴 표정에서는 그들이 당한 고통이 텔레파시처럼 전달되어 내 가슴을 찌르는 듯 했다"고 당시 심경을 밝혔다.
담당경찰은 "범죄로 인해 느끼는 고통은 장애우나 정상인들 모두 같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상처가 아물기까지는 장애우들이 우리보다 몇 천배 더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니 피해 학생들을 조사하면서 손이 떨려와 조사를 받을 수 없었으나 담당형사로서 다른 사람들에게 이를 들키지 않으려 애쓰다보니 조사과정이 몇 배는 더 힘들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영화 ‘도가니’를 보면서 한장면 한장면 마다 그 때의 사건내용이 떠올랐고, 몹쓸 짓을 당한 아이들을 볼 때마다 한명 한명 처절한 몸부림으로 수화를 하던 아이들이 생각났다"고 털어놓은 그는 "하지만 영화에서 교장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담당형사가 성폭력 신고를 받고도 수사하지 않고, 법원 앞 시위에 장애우를 비하하는 발언을 하면서 물대포를 쏘는 등 과도한 공권력을 묘사하거나 피해 학생이 열차사고로 사망하는 등 사실과 다른 영화장면을 보면서 당시 사건담당 형사로서 안타까움은 있었지만 영화를 통해 모든 국민이 소외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권을 다시 한번 자성하고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영화를 본 소감을 남겼다.
그는 "이를 계기로, 다시는 우리나라에 이러한 비극이 재발되지 않기를 바라며, 장애우들의 인권이 재조명되고 미비한 관련법들이 개정되어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각 분야에서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주시길 간절히 바랄 따름이다"고 바람을 밝혔다.
한편 '도가니'는 지난 2005년 광주인화학교에서 장애학생을 대상으로 실제 벌어졌던 아동 성폭행 사건을 다룬 영화다. 이로써 '인화학교'사건은 국민적 공분을 사 현재 정치권에서는 성폭행범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고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법안인 이른바 '도가니 방지법'을 추진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