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30일 “환율 수준보다도 변동폭을 어떻게 줄이느냐가 중요한데 대외변수가 워낙 불안해서 변동폭을 줄이는 게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날 소공동 한은 본관에서 열린 김 총재와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와의 간담회에서 한 참석자는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에 부품을 납품하면 대기업이 이를 조립해 수출을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환율에 매우 민감하다”고 말했다. 이 참석자는 이어 “환율이 오르는 것도 내리는 것도 바라지 않고 예상 가능한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이에 “환율은 수준보다는 변동폭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정부에서는 여러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한은은 지난 8월부터 은행의 비예금성외화부채에 부담금을 부과하는 외환건전성부담금을 시행했다. 앞서 정부는 선물환포지션 한도 축소와 외국인 채권투자에 과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도입했다. 외화자금의 급격한 유출입을 막기 위한 조치들이다.
하지만 이달 들어 환율 변동성은 크게 증가했다. 정부가 지난달 “자본유출입 완화조치들로 환율 변동성이 과거에 비해 완화됐다”고 평가한 것을 무색케 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 자본유출입을 제한하는 추가 조처들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 총재 역시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 기업 부담이 커지고 투기적 수요도 생기게 된다”고 평가했다.
김 총재는 “최근 유럽경제로 많은 어려움이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처럼 세계화, 개방화된 경제에서는 수출기업뿐 아니라 내수기업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중소기업의 어떤 분야의 생각을 하고 있고 애로사항이 있는지 말해달라”고 말했다.
중소기업 CEO들은 “글로벌 경제여건의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아직 중소기업 생산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다만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 확대가 기업경영에 부담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기관의 여신 관행이 담보 위주에서 벗어나 성장성을 중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부 참석자는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R&D에 대한 지원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면서 “중소기업의 성장단계에 따라 지원 폭을 차등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참석자들은 중소기업 경영의 애로요인으로 이공계 기피와 대기업 선호현상으로 기술·기능직의 구인난이 해소되지 않는 점을 꼽았다.
간담회에는 김달수 티엘아이 사장, 송성근 원정제관 사장, 이정인 한국보팍(vopak)터미날 사장, 이흥복 유비벨록스 사장, 인귀승 코다코 사장, 채창근 케이피엠테크 사장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