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 6일 서울 상암동월드컵경기장에서 ‘전국 농업인 한마음 전진대회’를 열고 10년 후 농협의 비전과 발전방향을 제시, 이 같은 의미를 다졌다. 또 농업인의 권리와 의무를 약속하는 ‘식농(食農) 권리장전’을 제정했다.
◇‘함께 성장하는 글로벌 협동조합’ 지향= 농협의 쉰 돌 생일은 여러 모로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농협은 지난 1961년 정부의 중농정책에 따라 농업협동조합법을 근거로 당시 농협과 농협은행이 합쳐져 출범했다. ‘종합농협’으로서 농협이 걸어온 지난 50년은 한마디로 영욕의 역사였다.
전국 읍·면까지 세포처럼 조직된 단위조합을 바탕으로 한 농협은 농민의 대표조직으로서 식량자급과 새마을운동의 성공적 추진 등을 통해 농업인들의 소득증대 및 권익증진의 선도적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어느 때보다 큰 일들을 겪었다. 최악의 전산 사고로 홍역을 치렀는가 하면 새 농협법에 따라 내년부터는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해 지주회사 체제로 재출범한다.
최원병 농협 중앙회장은 기념사에서 “새로운 출발을 위해 내년 3월 농협은 사업구조개편을 통해 새 옷으로 갈아 입고, 조합원과 국민 여러분의 바람에 부응하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 그는 “농업인은 생산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유통과 판매에 책임을 다하는 농협, 국민 여러분께는 건강한 식탁을 지켜드리는 농협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약속했다.
농협은 이날 앞으로 농협이 추구하고 나가야 할 미래의 모습으로 ‘함께 성장하는 글로벌 협동조합’을 제시했다.
농업인과 고객, 농촌과 도시, 생산자와 소비자, 농축협과 중앙회·지주회사가 함께 공생하며, 협동조합 정신과 가치를 기반으로 국내시장은 물론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일류기업으로 성장해 세계협동조합 역사의 성공적인 모델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자산 420조원의 아시아 금융그룹 목표= 농협은 금융사업의 경우 오는 2020년까지 총자산 420조원, 당기순이익 3조8000억원을 달성, 아시아 대표 협동조합 금융그룹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비전으로 제시했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농협은 2020년까지 시중은행에 버금가는 우량 금융기관으로 도약할 계획이다. 현재 4.12%에 불과한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을 2020년까지 11.6%로 두 배 이상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경제사업의 경우 산지유통 점유율을 현행 43%에서 62%로 올리고 도매유통 점유율도 현행 4%에서 34%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농축산물 소매 점유율도 현행 10%에서 17%로 늘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협동조합 종합유통그룹으로 성장, 이마트·롯데마트 등 대형 할인마트와 정면 승부하겠다는 게 농협의 목표다.
농협은 이를 위해 새롭게 개편되는 중앙회와 2개 지주회사, 자회사를 시장지향적, 효율추구형 조직으로 개편하고 책임경영제체를 강화하며 농·축협 지원 및 연계를 강화하도록 조직을 혁신하고 성과중심의 인사·보상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토대로 농협은 오는 2020년 경영목표를 농축협 일선 단위조합의 경우 경제사업량 70조원, 신용사업량 567조원, 자기자본 35조원으로, 중앙회는 총자본 38조원, 농축협지원 10조원, 교육지원 5000억원 이상으로 각각 잡았다.
◇식농 권리장전 선포= 농협은 농업인과 국민이 기대하는 농협의 모습을 구현하기 위해 새로운 농업·농촌운동으로 ‘식(食)사랑 농(農)사랑 운동’을 전개해 나가겠다고 천명했다.
‘食사랑 農사랑운동’은 시장개방 확대, 농촌의 초고령화 진입으로 국내 농산물 소비 촉진 및 농촌·농업의 새로운 활력이 필요하다고 판단에 따른 것이다.
즉 먹거리(食)를 통해 소비자와 농업인이 공감하는 운동을 전개해 국민의 건강과 농(農·농업과 농업인)의 가치를 지키겠다는 게 기본 취지라고 농협은 설명했다. 이런 운동의 일환으로 농협은 이날 농업인과 소비자가 함께 권리와 의무를 약속하는 ‘食農 권리장전’을 선언했다.
농협 관계자는 “우리 먹거리를 새롭게 인식하고 농업의 가치회복을 통해 건강한 대한민국을 건설하고자 하는 염원을 담고 있다”고 부연했다.
◇명실상부한 독립금융기관 거듭나야=하지만 농협의 목표달성은 쉽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특히 금융사업은 시중은행이 쌓아 놓은 장벽이 두터워 여의치 않다.
따라서 농협이 규모확대에만 치중하기보다는 농협 특유의 강점을 살려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온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농업 선진국의 은행처럼 많은 지점을 활용해 농가대출에 경쟁력을 키우는 등 기존 시중은행이 등한시한 부분에 경쟁력을 더욱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부터 정부의 손을 떠나 지주회사로 새롭게 태어나는 만큼 농업인 지원을 명목으로 정부에게 손을 벌리는 모습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