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겨울냄새' "낯선 스키다큐, 개봉 자체가 기적"

입력 2011-09-05 15:35 수정 2011-09-05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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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양성철 국가대표 데몬스트레이터 감독, 김준형 데몬스트레이터, 영화감독 전화성(사진제공 청담힐)
지난 8월 중순 개봉한 영화 ‘겨울냄새’는 카이스트 출신 전화성 감독이 만든 스키 다큐멘터리다.

이 영화를 위해 전 감독은 국가대표 스키 데몬스트레이터 감독 양성철, 김준형 선수와 손잡고 영화 제작을 이뤄냈다. 데몬스트레이터란(이하 데몬), 스키 전문 기술 시범자를 일컫는 말. 용어조차 낯선 이들의 삶을 그린 영화 ‘겨울냄새’는 국내 최초 스키 다큐라는 난관을 뚫고 국내 대형 영화관 상영에 성공했다.

전화성 감독은 ‘겨울냄새’라는 영화 개봉 자체가 ‘기적’이었다고 말했다. 스키라는 종목 자체가 인기종목이 아닌데다, 데몬이라는 생소한 직업의 애환을 그린다는 것 자체가 낯선 도전일 뿐이었다.

전화성 영화감독은 ‘독학파’로 올해 초 개봉한 영화 ‘스물 아홉 살’로 데뷔 한 파릇파릇한 신인감독이다.

이런 그가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스키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에 목 맨 이유는 뭐였을까. 그는 “귀족스포츠로 인식된 스키지만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스키 데몬들의 생활이 쉽지 않더라”며 “그들의 삶, 그리고 애환을 확실하게 알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런 영화는 나같은 사람이 만들어야 할 것 같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세상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부분을 알리는 것도 다큐멘터리 영화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그다.

관객들에게는 ‘데몬스트레이터’라는 용어 자체도 생소하다. 영화의 주인공 국내 최정상의 스키어 김준형 선수는 “‘데몬’은 경기기술, 또는 스키의 모든 기술들을 정확하게 표현할 줄 아는 시범자, 혹은 교과서”라고 쉽게 설명했다.

선수들은 기록을 위해 속도를 내지만, 데몬들은 속도, 자세, 느낌을 모두 몸으로 표현해내는 사람들이다. 일반 스키보다 섬세하고 어려운 작업인 셈이다. 일부 사람들은 이들을 “예술스키를 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위쪽부터 김준형 데몬스트레이터, 양성철 국가대표 데몬스트레이터 감독, 영화감독 전화성.

김준형 선수와 함께 데몬의 길을 걷고 있는 양성철 감독은(국가대표 데몬 감독) “데몬들은 겨울 한철 레슨을 통해 돈을 벌고 일년을 살아야 한다. 일년에 경기가 한 두번 있는데, 기적적으로 두 대회에서 우승한다고 해도 총 상금이 1000만원이다. 그 돈으로 여름에는 전지훈련을 가서 실력을 향상시켜야 하는 현실”이라며 그들의 상황을 전했다.

경제적 이유로 실력있는 스키어들이 현직을 떠나야 하는 경우도 수두룩했다.

꾸준히 스키 선진국 기술을 받아들여 국내에 스키 선진기술을 전파하고 있지만 국가의 지원없이 이 역할을 해낸다는 것은 생활고를 부축일 뿐이다.

스키어들에게 국가의 지원과 협찬은 먼 이야기일 뿐.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중들에게 스키, 혹은 데몬에 대해 알리기도 쉽지 않다. 지난 2007년에는 평창에서 인터스키대회가 일주일동안 열렸지만 스포츠 뉴스에도 소개된 적이 없어 아쉬움을 남겼다.

이들에게 이런 힘든 상황에서도 굳이 스키만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는지 물었다. 이들은 “스키가 너무 좋아서”라고 심플하게 답했다. 양 감독은 “스키를 타는 사람들의 표정은 일그러지지 않는다. 하강할 때의 그 기쁜 표정을 보면 절로 힘이 난다”며 보는 이 마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세상에 알려진 스키의 기술과 설명들이 잘못 된 것이 너무 많지만 바로 잡을 사람을 없이 방치되는 것을 두고 보기 힘든 것도 그들이 스키를 계속 하는 이유다.

이 세 남자에게 꿈을 물었다.

“제대로 된 스키문화의 전파, 그리고 우리나라 스키어들의 현실을 관객들이 알아주길 바란다”고 했다. 과연 이들의 작은 소망이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에 밀알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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