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면서 한나라-민주 양강구도에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다자구도로의 재편이 예상되면서 기존 정치권은 ‘안철수 태풍’에 촉각을 기울이는 한편 보선전략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는 모양새다.
△ GH코리아(3일) 안철수 36.7%, 나경원 17.3%, 한명숙 12.8%, 박원순 5.0% △한국갤럽(3일) 안철수 50%, 나경원 24%, 박원순 10% △리얼리터(4일) 안철수 37.4%, 나경원 14.2%, 한명숙 14.2%의 순으로 조사되는 등 초반 여론은 돌풍적이다. 한마디로 적수가 없는 독주다.
한나라당은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산과 오세훈 서울시장 사퇴로 10.26 서울시장 보선에서 애초 패색이 짙은 것으로 판단했으나 안 원장의 출마가 야권 지지층의 이반을 일으킬 것으로 판단, 호재로 삼았다. 하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 원장이 압도적 1위로 지지받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한나라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보수층 잠식마저 예상되고 있다.
이에 안 원장에 맞설 수 있는 대항마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당 지도부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대중적 지지도가 있는 후보감들에 대한 물밑 접촉에 들어갔으며 안 원장에 대한 미련도 여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학규 대표 등 주류와 천정배·정동영 최고위원 등 비주류간 이견이 첨예한 민주당 역시 안 원장의 영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장선 사무총장은 “안 원장을 범야권 후보의 한 명으로 보고 있다”며 안 원장 주변에 한나라당 출신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있어 민주진보개혁 세력으로 볼 수 없다는 비주류측을 반박했다. 안 원장은 야권통합 후보와 관련해 4일 MBC ‘시사매거진2580’과의 인터뷰에서 “생각 정리가 안 됐다”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안 원장의 초반 돌풍이 장기적 추세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조정은 있겠지만 여전히 1위로 갈 것으로 보인다”며 “정치에 대해 불신하고 냉소하는 시기다. 정치인·정당이 내세우는 목소리가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기존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 반감의 반대급부로 안 교수의 높은 지지도를 설명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편 야권의 유력주자 중 한 명인 박원순 변호사는 예정된 10일보다 하루 이틀 앞당겨 기자회견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 변호사가 사실상 출마로 마음을 굳힌 상황에서 밀접한 관계에 있는 안 원장과의 조정 가능성도 열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