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엘리베이터가 파생상품 손실과 경영권 분쟁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6월말 기준 현대상선 최대주주는 현대엘리베이터로 24.2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범현대가와 현대건설도 각각 23.66%, 7.71%를 보유 중이다.
현대그룹입장에서는 범현대가와 현대건설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상선 지분이 위협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 때문에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그룹 경영권 방어를 위해 현대상선 지분을 두고 여러 곳과 파생거래를 맺고 있다.
여기서 대규모 파생손실이 발생하면서 그동안 우호관계였던 쉰들러그룹이 파생상품 장부를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동시에 지분까지 늘리고 있어 안팎으로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 파생손실 481억...지난해 영업익 2배 규모=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19일 공시를 통해 올해 2분기 481억원 규모 파생거래 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다. 파생상품 평가손실은 408억7600만원 규모, 거래손실은 78억5900만원 규모다.
지난 1분기에도 607억원 규모의 파생손실을 기록해 현대엘리베이터는 상반기 파생계약 거래에서만 1088억원 규모 손실을 입었다. 이는 지난해 영업이익 465억원에 2배 이상 해당하는 규모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상선의 경영권 확보를 위해 케이프포춘, 넥스젠캐피탈, 대신·NH증권 등과 각각 파생계약을 맺었다.
지난 2006년 7월 케이프 포춘(Cape Fortune B.V)과는 주식옵션계약을 체결했다. 케이프 포춘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상선 지분 301만1798주에 대해 매각을 제한하고 현대그룹이 지정한 곳에 매각해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대신 주식매각시 손실이 발생하면 이를 보전해준다는 단서조항을 달았다. 양측은 계약을 갱신해 2012년 12월31일까지로 만기를 늘렸다.
또한 2006년 10월 넥스젠캐피탈과, 2010년 12월 NH증권 및 대신증권과는 각각 주식스왑계약을 체결했다.
넥스젠캐피탈이 추가로 지분을 늘리면서 현재 1549만2789주를 대상으로 주가가 상승하면 이익의 일부를 보전해주고 하락할 경우 손실을 전액 보전해주는 스왑계약을 맺고 있다.
지난해 12월 현대상선 유상증자에 참여한 NH증권, 대신증권과는 주식스왑계약을 체결했다. NH증권과 맺은 주식스왑계약은 현대상선 지분 405만7219주(1.50%), 대신증권과 맺은 계약은 203만3405주(1.49%)에 해당한다. NH투자증권, 대신증권에는 매년 7.5%의 이자를 지급하고 주식의 등락에 따른 이익과 손실을 모두 떠안는 조건이다.
◇ 쉰들러그룹과 밀월관계 끝나나= 이같은 파생계약이 대규모 손실로 이어지면서 현대엘리베이터 2대 주주인 쉰들러그룹은 최근 현대그룹에 파생상품 회계장부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쉰들러그룹이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사들이면서 또다시 경영권 분쟁에 휘말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주주로서 거래내역과 조건공개를 요구하는 것이 자연스럽기는 하지만 그 과정이 외부로 노출되면서 이들의 밀월 관계가 끝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실제로 쉰들러그룹은 지난해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꾸준히 늘려 현재 34.51%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쉰들러그룹은 한국프랜지공업으로부터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2.74%를 넘겨받았다. 한국프랜지공업 김윤수 회장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고종사촌지간으로 범현대가로 분류된다. 당시 업계에서는 쉰들러그룹이 범현대가에게 프리미엄을 얹으면서까지 지분을 넘겨받은 것을 감안하면 절대적인 우호관계로 볼 수 없으며 또 다른 이면계약이 있을 수도 있다는 추측이 제기됐다.
현정은 회장외 특별관계자들이 50%에 가까운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당장 ‘경영권위협’이 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둘 사이의 미묘한 기류가 쉰들러그룹의 행보에 따라 향후 경영권 분쟁으로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로 인해 일어나는 모든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