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안당국이 북한의 지령을 받아 간첩 활동을 한 혐의로 학계와 정계, 노동계 등 각계 인사 수십 명을 수사 중이다.
특히 야당 소속 현직 지방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 및 전·현직 당직자 등 정치권 인사도 다수 수사 선상에 올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상당한 파문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이진한 부장검사)는 북한 노동당 225국의 지령을 받아 남한에 지하당인 이른바 '왕재산'을 구성해 간첩활동을 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IT 업체 J사 대표 김모(48)씨 등 5명을 구속했다고 29일 밝혔다.
구속자는 김씨와 동업자 임모·이모씨, 야당 전직 당직자 이모씨, 미디어 업체 대표 유모씨 등이다.
공안당국은 또 노동단체 간부와 야당 당직자, 야당 출신 기초단체의원 등 40여명을 수사 선상에 올려놓고 이번 사건과의 연계 여부를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왕재산(山)은 김일성 주석이 1933년 항일무장 투쟁을 국내로 확대하는 전략을 제시한 '왕재산 회의'를 소집한 것으로 알려진 함경북도 최북단 온성에 위치한 산으로, 북한에서는 혁명의 성지로 불리고 있다.
김씨 등은 조직원 간 통신을 주고받을 때 '왕재산 올림' 등으로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반국가단체 조직' 혐의로 사법처리를 한 것은 지난 1999년 이른바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 사건 이후 12년 만이다.
당시 북한은 1980년대 학원가 친북투쟁을 주도한 주사파 핵심세력을 포섭해 조선노동당에 가입시켜 남한 내 혁명 전위조직으로 민혁당을 구축했으며, 당국은 '주사파의 대부'로 불리던 김영환씨를 포함해 5명을 사법처리했었다.
공안당국은 북한 225국과 연계한 왕재산 간첩사건과 관련, 지난 4~6일 김씨를 포함해 9명의 자택과 사무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등 모두 13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들의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충성 맹세문과 대남 선전책자 등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입증할 물증을 상당 부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