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오프 시간 다됐는데 왜 안 오는거야?”“여기, 클럽하우스야. 골프장 이름이 신안”“신안이 아니고 신원골프장이라고 했잖아.”
골프장 명칭이 엇비슷해 골퍼들은 이런 실수를 한번쯤 해보았을 터. 이전에는 앞말을 얼핏 들으면 낭패를 보기 일쑤였다. 서울, 남서울, 서서울, 동서울CC(현재 캐슬렉스)은 잘 새겨 듣지 않으면 다른 골프장에서 서로 기다리는 사고가 터지는 것은 다반사였다.
골프장 이름도 하나의 브랜드 역할을 하기때문에 중요한 마케팅 수단이 된다. 때문에 이미지가 좋고 기억하고 편리한 것으로 작명을 한다.
하지만 골프장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이름을 짓기가 만만치가 않다. 어떤 이름은 아무리 들어도 따라하기 힘든 발음도 있는가 하면 힐(hill)이나 밸리(vally), 레이크(lake) 등 을 남용하는 바람에 그 골프장이 그거 같다는 것이 골퍼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특히 여러차례 이름을 바꿔 어리둥절케하는 골프장도 있다.
골퍼들은 다소 명문스럽지 못하고 촌스럽게(?) 느껴지는 지역 이름을 딴 골프장이나 한글이름이 반갑기 그지없다. 곤지암, 수원, 이포, 여주, 용평, 김포, 부산, 대구CC 등 은 부르기도 간단하고 골프장이 들어선 위치도 금방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KGBA. 회장 우기정)에 가입한 회원사 257개(22일 현재) 골프장 중 야산이나 구릉을 뜻하는 힐이 들어간 골프장은 22개, 밸리(계곡)는 15개, 파인(pine.소나무)과 레이크(호수)가 각각 10개나 된다. 협회에 가입이 안 된 골프장 숫자까지 넣으면 4개의 영어 단어가 들어가 곳은 더욱 늘어난다. 물론 국내 골프장 특성상 산악지형이 많아 이름에 힐을 딴 곳이 많지만 골프장 주인이 바뀌면서 이름을 교체한 곳도 적지 않다.
골프장 전문기업이 여러개의 소유한 골프장은 그나마 낫다. 레이크힐스CC는 지역별로 용인, 안성, 순천, 경남, 제주를 뒤에 붙였다. 이와달리 에머슨퍼시픽그룹은 골프장명이 모두 다르다. 금강산아난티온천&골프리조트, 아난티클럽서울, 에머스내셔널, 힐튼남해스파&골프리조트, 중앙CC 등이다. 에머슨내셜은 이름이 가장 많이 바뀐 곳. 6번이나 교체했다. 미송→이글→엑스포→충남프레야→IMG내셔널에서 에머슨내셔널로 종착역을 맞았다. 오랫만에 골프장을 찾는 사람은 다른 골프장이라고 생각한다. 자매골프장인 아난티클럽서울은 유명산→GR리젠시→리츠칼튼→아난티클럽서울로 변경했다. 아난티클럽서울은 리모델링을 끝내고 현재 휴면상태인 북한 금강산아난티에서 따왔다. 삼성그룹 계열의 자매 골프장은 지역명에 베스트(일류)와 네스트(둥지)를 합쳐 베네스트GC를 붙였다. 안양, 가평, 동래 등이다.
그레이스→소요산→다이너스티CC는 새주인 한국야쿠르트를 만나면서 티클라우드CC의 명칭을 얻었고, SBS 태영이 오렌지를 인수하면서 태영, 디아너스, 오렌지는 모두 블루원으로 통일한 후 지역이름을 붙여 블루원 용인, 상주, 보문 등 으로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된 경우다. 블루원은 블루(우량)과 넘버원(일등)의 합성어다. 썬밸리도 지역적으로 동원썬밸리(횡성), 설악썬밸리로 나눠져 있으나 음성에 있는 것은 그냥 썬밸리CC다. 사조그룹의 캐슬렉스는 서울과 제주, 중국으로 동일한 이름을 쓰고 있다.
뜻은 물론 발음조차 따라하기 어려운 골프장도 있다. 나름대로 세련미와 럭셔리한 이미지를 갖기위한 것이지만 기억하기가 쉽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강원 홍천에 들어선 힐드로사이(Hill de Loci)는 ‘신(神)의 언덕’이라는 라틴어. 경북 영천의 레이포드CC는 스페인어 왕(rey)과 냇가(ford)를 합성했다.
이와달리 한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을 것 같은 골프장도 있다. 360°골프장이다. 9월 오픈예정인 360도 골프장은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사방으로 드넓게 펼쳐진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인천 송도의 잭 니클라우스CC도 시그내쳐 골프장으로 기억하기 좋은 골프장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