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삼성반도체)에서 근무하던 직원에게 발병한 백혈병 등 조혈계 암과 근무 환경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의 근무환경에 대한 재조사를 맡은 미국의 산업안전 관련 전문 연구기관 인바이런(Environ)은 14일 오전 기흥 삼성 나노시티(기흥 반도체사업장)에서 작년 7월부터 1년간 진행된 반도체 생산라인 근무환경에 대한 연구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해외연구 조사를 총괄한 인바이런의 폴 하퍼(Paul Harper) 소장은 “조사대상 라인인 기흥 5라인, 화성 12라인, 온양 1라인의 경우 정밀 조사결과 측정된 모든 항목에서 노출 수준이 매우 낮게 나왔다“며 ”이는 근로자에게 위험을 주지 않으며 모든 노출위험에 대해서는 회사가 높은 수준으로 관리 또는 제어되고 있다” 고 조사결과를 밝혔다.
또 “과거 3라인에 대한 노출재구성 연구 결과에서도 백혈병이나 림프종 등을 유발할 수 있는 어떠한 과학적 인과 관계도 나오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국내 연구진에 의한 물질분석 연구의 경우도 반도체 라인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 50여종에 대해 벤젠, TCE(트리클로로에틸렌), 포름알데히드 같은 유해물질이 모든 시료에서 검출되지 않았다.
방사선 안전성 평가에서도 방사선을 발생하는 설비 모두 납차폐 등을 통한 안전성이 보장돼 작업자의 실질 방사선 노출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6명의 암발병 직원 가운데 4명은 해당 암 발병 물질에 대한 노출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 2명은 암 발병 물질에 노출됐던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인바이런측은 "실제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는 것보다 현저히 낮은 수치"라며 "암 유발 물질 노출과 실제 암과는 연관성 없다"고 밝혔다.
권오현 삼성전자 DS사업총괄 권오현 사장은“그 동안 객관성과 투명성을 가진 제 3의 연구기관들을 통해 재조사를 진행했고 오늘 글로벌 최고 수준의 연구 결과를 공개적으로 발표하게 됐다”며 “안전을 희생하는 이익은 필요도 없고 있어서도 안되며, 이번 조사가 끝이 아니라 해결 방안을 함께 찾아내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반도체 생산라인 근무환경에 대한 사실 관계를 정확하고 투명하게 규명하기 위해 미국의 안전보건 컨설팅 회사인 인바이런(Environ)를 주축으로 예일대, 미시간대, 존스홉킨스대 연구진과 국내 한양대 소속 연구진 등 국내·외 산업보건 전문연구원 20여명이 참여했다.
한편 지난달 23일 서울행정법원은 삼성반도체 직원과 유족 5명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사망한 직원 황모씨와 이모씨의 유족에 대해 “유족급여 등 부지급처분을 취소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직원 황모 씨와 이모씨에게 나타난 백혈병의 발병 경로가 의학적으로 명백히 밝혀지지 않았더라도,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동안 각종 유해 화학물질과 미약한 전리 방사선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발병했거나 적어도 발병이 촉진됐다고 추정할 수 있다”며 “백혈병과 업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이번 재조사 결과 발표를 계기로 15일까지 기한인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에 대한 항소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