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초 위기까지 몰렸던 용산역세권개발 사업이 정상화에 시동을 걸었다.
이를 위해 용산역세권개발 사업의 시행사인 드림허브의 출자자들이 올해 9월과 내년 3월 등 총 4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키로 했다. 현재 1조원의 자본금이 1조4000억원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또한 땅 주인인 코레일은 2012년 부터 2014년까지 3년간 토지대금 2조2200억원의 납부를 전면 유예키로 했다.
코레일은 13일 오전 서울 광화문 빌딩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정상화계획을 드림허브 이사회를 통해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김흥성 코레일 대변인은 "초기 자금 부담이 컸던 땅값 납부 구조를 사업 후반에 벌어서 갚을 수 있도록 바꿨다" 며 "더 이상 건설사의 지급보증에 매달리거나 막대한 금융비용이 투입되는 PF도 할 필요가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계획안에 따르면 코레일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받기로 돼 있는 토지대금 2조2251억원의 납부를 사업 말기까지 연기해 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전체 8조원 중 약 66%인 5조3000억원의 토지 대금이 준공 1년전 시점(2015년)과 준공시점(2016년)에 각각 30%(1조5980억원), 70%(3조7287억원)씩 납입될 예정이다.
코레일은 또 2012~2013년 5월까지 받을 예정이던 1조3600억원의 토지비 이자도 전액 감면키로 했다. 이를 위해 공기업 준정부기관 계약사무규칙에 대한 최근 대법원 판례를 적용키로 했다.
실제로 당초 사업협약을 맺을 당시인 2007년 12월에는 철도시설 이전이 끝나는 2011년말까지 분납이자를 매겨야 했다. 그러나 2009년 9월 규칙이 바뀌면서 토지인도 이후부터 이자를 매길 수 있게 됐으며 토지인도 시점은 토양오염원 및 매립폐기물이 제거시점으로 대법원 판례가 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대변인은 "이를 근거로 철도시설 이전은 물론 토양오염원 처리와 매립폐기물 처리 공사가 마무리되는 2013년 5월 이후부터 분납이자를 받기로 PFV측과 합의했다"며 "명확한 법적 근거를 갖고 있고 규모 자체도 작아 코레일의 손실은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토지대금의 현재가치 보상금도 조정한다. 이는 일종의 분납이자로 당초 토지대금을 일시불로 받기로 했던 코레일이 2008년 3월부터 땅값 8조원을 받아 보유하고 있었다면 생길 수 있는 이자를 환산한 돈이다.
코레일은 개정된 공기업계약사무규칙에 따라 3차 계약분 2조4000억원은 현가 보상금을 내되 개정 이후에 계약하는 4차 토지분 3조2000억원은 현가 보상금 8800억원을 부과치 않기로 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중심에 들어설 152층 규모의 랜드마크 빌딩도 코레일이 선매입해 투자자들의 부담을 줄여주기로 했다. 매입가격은 4조1600억원으로 계약금은 올해 9월7일과 2012년 3월31일에 각각 4163억원씩 나눠 낸다.
또 코레일은 랜드마크 빌딩의 잔금 80%를 활용한 매출채권 유동화로 1조6640억원을 추가로 조달할 계획이다. 랜드마크 빌딩의 계약금과 매출채권 유동화로 조달한 자금은 서부이촌동 주민 보상금으로 활용하게 된다.
코레일을 포함해 30개 출자사로 구성된 사업시행자 드림허브PFV는 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실시한다. 이날 출자사들은 이사회를 열고 오는 9월7일과 내년 3월31일에 각각 1500억원, 2500억원의 증자를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이로써 드림허브 자본금은 현재 1조원에서 1조4000억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김 대변인은 "이번 정상화 방안에 따른 토지대금 관련 이자와 금융비용 감소 등으로 총 1조5400억원 상당의 직접적인 사업비 절감효과를 거둘 것"이라며 "자본 증자까지 이뤄지면 5000억원 이상의 여유자금을 확보하게 된다"고 말했다.
주민보상작업은 서울시 산하 SH공사가 맡아서 진행키로 했다. SH공사는 용산역세권 사업의 지분 4.9%를 보유중으로 전체 주민보상업무를 위탁 수행하며 종합이주대책안을 마련해 9월 중 주민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사업기간은 당초 예정보다 약 1년 정도 길어질 전망이다. 당초에는 주거 및 업무 단지를 2015년에, 랜드마크빌딩은 2016년말 완공 예정이었다.
김 대변인은 "인허가권자인 서울시가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한 만큼 2016년 12월 전체 단지를 일괄준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코레일은 랜드마크빌딩의 시공 건설사를 9월까지 선정하고 나머지 건축물은 선매각 계약이 체결되거나 건축공사가 들어가는 2012년말께 선정할 계획이다. 주간건설사를 선정하고 사업을 추진하던 기존의 방식을 탈피해 주간건설사 없이 개발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건설사는 지급보증 없이도 시공권을 가져할 수 있으나 공개입찰을 통하는 만큼 공사비를 낮추겠다는 게 코레일의 방침이다.
김흥성 대변인은 "명품 입지에도 불구하고 분양가가 너무 비싸 사업성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염려가 많았는데 이번 조치로 분양가가 내려가면 자연히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용산으로 집중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편 용산역세권개발은 기존 매입토지에 대한 담보대출 등을 활용해 9월7일 4차 계약(잔금 1575억원)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4차 계약이 이뤄지면 전체 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넘겨받고 사업자로 지정받아 인허가 작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