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이 오르고 있다. 정유사들이 지난 7일 3개월 간의 기름값 리터당 100원 할인을 종료한 이후 소폭 하락하던 기름값이 반등을 시작한 것이다.
정유사의 단계적 환원이 본격화되고 일선 주유소의 기존 재고분도 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정유사와 주유소 앞박에만 열중한 채 관세 인하 등 대책 마련에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12일 한국석유공사의 유가정보 인터넷 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격은 1924.17원으로 전날에 비해 0.97원 올랐다. 100원 할인이 종료된 지난 7일 1919.33원보다 리터당 4.84원 올랐다. 이는 일선 주유소에서 기존 재고분이 떨어지면서 가격을 올리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SK에너지를 제외한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이 기름값 단계적 환원에 돌입하면서 가격 인상을 주도했다.
지난 11일 기준 GS칼텍스의 전국 주유소 보통휘발유 평균가격은 리터당 1913.65원. 할인 종료 직전인 지난 6일(1898.32원)에 비해 15.33원 올랐다.
현대오일뱅크와 에쓰오일의 전국 주유소 보통휘발유 평균가격은 지난 6일 대비 각각 16.35원, 19.36원 인상된 리터당 1899.60원, 1900.93원을 기록했다.
지난 3개월동안 카드 포인트 적립 형태로 100원 할인을 실시했던 SK에너지는 겉보기에는 가격을 내렸지만 실질적으로는 크게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기준으로 휘발유 리터당 1960.06원으로 6일 1985.87원보다 25.81원 하락했다. 7일 약 16원 내린 후 꾸준히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하지만 7일 0시를 기점으로 카드 할인이 중단된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74.19원 오른 것이다.
이처럼 기름값이 오를 조짐을 보이며 서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여전히 책임을 정유사와 주유소에만 떠 넘기고 실질적 대책 마련에 무관심하다는 지적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정유사의 휘발유·경유 가격인하 종료와 관련, “(가격 할인 당시에도 소비자에게 인하효과가 전달되기보다는)주유소들의 마진폭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정확한 분석을 해봐야겠지만 할인행사에 따른 소비자가격 인하 효과는 리터당 100원에는 못 미쳤다”며 “할인 시작 당시의 국제유가와 비교하면 지금이 훨씬 내린 상황이고, 환율도 내렸기 때문에 100원을 더 올릴 상황은 아니지 않겠냐”지적했다.
기름값 안정을 위한 관세인하에 대해서 박 장관은 “원유에 대한 관세율 3%를 0%로 낮춰도 리터당 인하 효과는 20원에 불과하다”며“세수는 1년에 1조2000억원 줄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인하효과는 그야말로 ‘찔끔’이라 내리고도 욕 먹을 것”이라며 관세인하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이는 지난번 정유사의 기름값 인하를 유도할 당시와 상반된 견해다. 당시 정유사는 기름값을 내려도 소비자는 크게 체감하기 힘들고 손실만 수천억원에 이른다며 인하를 반대했지만, 정부는 결국 리터당 100원 할인을 이끌어 냈다.